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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세상/여행이야기

제주자전거여행 3.2 위기를 극복하고 중문을 향하여

한창 자전거에 짐을 싣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비가 내린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새벽에 나를 그렇게 괴롭히더니 또 힘들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패니어에 비닐 덮개를 씌우고는 다시 짐을 싣고 끈으로 고정을 한다.
그러는 중에 자전거 한 대가 내 옆을 지나간다.
사이클에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는 지나가며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를 하고는 출발준비를 마무리했다.
드디어 출발이다.
아침까지 비를 맞고는 계속 여행을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었다.
다행히 해수욕장 관리소의 문을 열 수 있었고 다시금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출발 준비를 모두 마치고는 오후 4시 그곳을 출발한다.
다행히 비는 잠시 내리고 만다.

길은 왕복 2차선 도로였다.
아주 한산했다.
지나가는 차가 아예 없었다.
길 양 옆으로는 언덕이 있었다.
그리고 몇 백미터를 달리자 말이 보였다.
처음에는 몇 마리였지만 계속 달리다 보니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는 대략 15마리 정도를 보았다.
말들은 줄에 묶여 있기도 하고 줄에 묶기지 않는 말들도 있었다.
모두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약간의 언덕이 나왔고 언덕을 올라가자 앞이 확 트이며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는 내리막이 나왔다.
내리막을 조금 내려가니 길 바로 옆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이 있었다.
1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지켜보았다.
풀을 다 뜯어 먹었는지 길에서 조금 먼 안쪽으로 이동해 풀을 뜯기 시작했다.
내리막을 다 내려오니 큼지막한 지도가 하나 걸려 있었다.
송악산 입구였다.

송악산 입구에는 마라도유람선선착장이 있었고 식당과 기념품을 파는 곳들이 있었다.
일단 지도를 유심히 살펴본다.
오늘 출발이 상당히 늦었던 관계로 어디에서 오늘밤을 보낼지를 생각해 보았다.
송악산을 갈려면 자전거를 두고 바다 쪽으로 내려가 산을 올라야 할 것 같았다.
자전거도 문제지만 그때 시각이 이미 4시를 넘겼기 때문에 그럼 호사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관광버스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잠시 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송악산 쪽에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송악산입구에는 대장금 촬영지라는 팻말이 있었다.
나는 보지 않았던 드라마지만 일본이나 중국등지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알고 있었다.
중국관광객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나는 늦은 아침을 먹고 중간에 간식을 먹었기 때문에 배가 무척 고픈 상태였다.
일단 배부터 채우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주변에는 식당이 서너 군데 있었다.
식당들의 메뉴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관광지라 비싼 음식이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 메뉴들만 보였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하려 할 때 유람선에서 많은 학생들이 내려 나오고 있었다.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로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서자 다른 식당들이 보였다.
하지만 메뉴는 다 비슷했다.
마침 분식을 파는 곳이 보여서 가 보았더니 쉬는 날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길을 따라 움직였다.
저 멀리 특이한 모양의 산이 눈에 들어왔다.
산방산이었다.
길을 따라 산방산 쪽으로 가며 계속 식당을 찾아보았다.
식당은 꾸준히 계속 보였다.
하지만 하나같이 횟집이었으며 메뉴 또한 식사로 먹을 만한 것이 없었다.
계속 달리다 보니 바다 바로 옆으로 체육공원이 있었고 축구장도 보였다.
어느덧 달리다 보니 사계항에 도착을 한다.
사계항에는 형제섬으로 갈 수 있는 선착장이 있었다.
그곳에도 식당은 있었지만 역시 메뉴는 마찬가지였다.


사계항을 돌아 길을 가다보니 하멜상선기념관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였다.
그리고 조그마한 놀이시설도 보였다.
혹시 먹을 만한 것이 있을까 싶어 그곳으로 향했다.
하멜상선기념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 용머리 해안을 달려보려 하였으나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었다.
기념관이라고 볼 것이 조금은 있을 줄 알았는데 달랑 배 한 척 뿐이었다.
그래서 들어가 보지 않았다.
놀이시설에는 간단히 군것질 할 거리는 있어도 식사라고 할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길로 나와 산방산 쪽으로 향했다.
조금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니 절이 하나 보였고 삼거리가 나왔다.
절 앞에도 먹을 것을 팔았지만 파전 같은 음식들이었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저 멀리 송악산도 보였고 형제섬도 보였다.
그리고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계속 오르막이 나올 것 같았지만 몇 미터 지나자 이내 내리막이 나왔다.
기분 좋게 내리막을 휑하니 내려갔다.
오거리가 나왔다.
GPS를 보니 해안 쪽으로 가는 길이 있어 우회전을 했다,
그리고는 조금을 더 가니 화순해수욕장이 나왔다.
지극히 조용했고 사람도 없었다.
다만 어느 아주머니가 민박 있다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나는 더 달려야 했다.
화순해수욕장을 돌아 더 이상 길이 없는 것을 알았고 화순파출소에서 다시 큰 길 쪽인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조금을 더 달려 화순삼거리가 나왔다.
큰 길은 한창 공사중이었다.
그래서 차들과 같이 도로를 달려야 했다.
조금을 더 가니 박물관이 하나 보였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그곳은 세계성문화박물관이었다.
생긴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문을 드나드는 길이 아직 공사중이었다.
해가 진 뒤라 주차장과 마당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
보기가 좋았다.
연인들이 오면 좋을 것 같았고 실제로 연인들이 보였다.
관람료가 9,000원이었다.
입장을 포기하고는 입구 옆 의자에 앉았다.
관람료도 비쌌지만 그런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또한 주제가 성이다 보니 혼자 보면 제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고픈 배를 위해 간식을 꺼내 먹고는 물도 마셨다.
그리고 간단히 사진도 찍었다.
대략 25분을 머물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해가 진 뒤라 자전거 앞뒤로 조명을 밝혔다.
정문을 나와 차도를 달리려 할 때 내 뒤로 자전거가 한 대 따라 오고 있음을 느꼈다.
어두워서 정확히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계속 달렸다.
대략 1Km를 달리다 나를 추월한다.
그러면서 서로 인사를 했다.
뒤에서 보니 자전거에는 조명이 전혀 달려 있지 않았고 옷도 검정계열로 입고 있어서 야간이라 위험해 보였다.
복장 또한 평상복 차림으로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나이는 40대 쯤으로 생각되었다.
자신과 운전자를 모두 위험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식당이 하나 보였다.
외부에 영업중이란 전광판이 보였고 메뉴도 전광판에 나오고 있었다.
차가 오지 않는 틈을 이용 건너편으로 갔다.
그리고 자전거를 세우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이 보이지가 않았다.
문을 두드려 보아도 인기척이 없었다.
속았다 싶었다.
전광판을 끄지도 않고 사람을 놀리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길을 건너 계속 앞으로 달렸다.
길은 중간 중간 인도로 달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달리다 보니 바닥이 이상하다.
그리고는 앞으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넘어 질뻔도 한다.
자갈길이었다.
공사중이라고 팻말도 세워 놓지 않고 어두워서 도저히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속으로는 욕이 나왔다.
배도 엄청 고프고 어둡고 길은 개판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인도가 나와도 계속 차도로 달리기로 했다.
길 중간 중간에는 제주 특산품을 파는 곳이 많이 보였다.

그렇게 길을 달리다 보니 창천삼거리가 나왔다.
이제 중문관광단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창천삼거리까지는 오르막이었으나 이제부터는 거의 평지였다.
길 옆으로는 간간히 주유소가 보였으며 아주 한적한 도로였다.
얼마를 달리자 조금 전 식당 앞에서 헤어졌던 자전거여행객이 보였다.
빨리 달리면 따라 잡을 것 같았다.
평지라 속도를 좀 내어 본다.
그리고 거리가 좁혀져 거의 따라 잡을 즈음에 갑자기 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길 입구에는 숙박시설을 알리는 팻말이 있었다.
거기서 1박을 할 모양인 듯 했다.
나는 혼자 계속 앞으로 달렸다.
예례입구에 도착을 하자 길이 갈라진다.
큰 길이 아닌 왕복 2차선의 작은 길로 계속 달렸다.
다시 특산품을 파는 곳이 보였고 누군가 차를 세워두고 물건을 사고 있었다.

대략 1Km를 달리자 드디어 중문관광단지 입구가 나왔다.
그때 시각이 정확히 오후 7시였다.
이제 텐트 칠 자리만 찾아 밥을 해 먹고 쉬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주위를 둘러보아야 했다.
경사를 따라 계속 내려가니 박물관이며 고급식당과 호텔들이 나왔다,
계속 내려가면 바닷가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던 중 너무 내려간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오늘은 장소물색만 하기로 하고는 방향을 정반대로 바꿔 다시 오르막을 오르려고 할 때 체인이 그만 빠져버리고 만다.
난감하다.
날도 어둡고 경사가 심해 자전거를 세워 놓고 손보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밀고 올라가기도 벅찬 무게라 어쩔 수 없었다.
한손으로는 자전거를 잡고 나머지 한손으로 체인을 손보았다.
그 때 마침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받지를 못한다.
그렇게 체인과 사투를 벌이다 7분여 만에 다시 원상태로 만들고는 오르막을 올라갔다.
그리고는 터티베어박물관에서 우회전 소리섬박물관에서 좌회전을 해서 둘러보았다.
여미지식물원 입구 쪽에 화장실과 길 건너에 편의점이 있었지만 인도인데다가 폭이 좁았고 만약 늦게 일어날 경우 관광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어 다른 곳을 다시 찾아 나섰다.
바로 근처에 큰 식당이 있었고 주차장이 아주 넓었으나 사유지라 좀 꺼려졌다.
다시 중문 입구 쪽으로 올라가보니 여행안내센터 뒤쪽 자그마한 공원이 아주 좋았다.
화장실에 불도 켜져 있었고 공원도 조용하고 텐트를 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 그 곳이 중문 입구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중문관광단지를 돌다 보니 방향감각을 잃어 그곳이 조금 전 지나온 곳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일단 텐트를 칠 장소를 찾았으니 이제 저녁 찬거리를 구입하기만 하면 된다.
조금 전 길을 지나오며 편의점 두 곳을 보았으나 일반 슈퍼를 찾아보기로 했다.
조금 전 지나왔던 길이 아닌 식당이 많이 보이던 다른 길인 12번 국도로 슈퍼를 찾아 나섰고 500여 미터를 내려가자 마트가 보였다.
며칠 뒤 안 사실이지만 여기는 천제연폭포입구 바로 맞은 편이었다.
일단 입구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트 안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저녁 찬거리와 맥주도 한 병 구입을 했다.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 앞에서 지갑을 찾는데 지갑이 없다.
밖으로 나와 자전거 앞쪽 가방을 뒤져보아도 없다.
당황스러웠다.
다시 마트 안으로 들어와 가방 안을 잘 뒤져 보았다.
지갑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몹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무사히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막 타려고 할 때 어느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민박집 주인인 것 같았다.
싸게 방을 준다고 했다.
인원수를 물어 보고는 20,000원에 방을 준단다.
잠시 생각을 하고는 새벽에 비도 맞고 하여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자 민박집에서 묵기로 결정한다.
민박집은 마트와 같은 건물이었다.
일단 2층으로 올라가 방을 보고는 짐을 먼저 옮기고 계산을 하자고 양해를 구했다.
자전거에서 짐을 내리고는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여행물품을 옮겼다.
자전거는 1층 계단 옆에 앞뒤로 자물쇠를 채웠다.
이미 다른 자전거 3대가 자물쇠로 서로 얽혀 있었다.
같은 일행의 자전거로 보였다.
그리고는 2층 입구 주인집으로 가서는 계산을 한다.
다른 방을 쓰는 여자 몇 명이 이불이 모자라다며 말을 하고 있었다.
카드를 제시하자 현금이 없냐고 한다.
현금이 있었지만 가능하면 카드로 하고 싶었다.
카드보다는 현금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가능하다면 현금을 아껴두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현금이 없다고 하자 가까운 곳에 인출기가 있다는 말로 현금으로 유도를 했다.
다시 한 번 카드로 계산을 요구하자 마지못해서 카드로 결제를 한다.


결제를 마친 후 방으로 와서 짐을 풀어서 옷들을 다시 말렸다.
침낭도 침대위에 널어두었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친 후 다시 마트로 갔다.
달걀을 낱개로 팔지 않아서 구입하지 못했었는데 민박에 묵게 되어 10개짜리로 구입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간 김에 맥주도 한 병을 더 구입했다.
민박에서 묵을 줄 알았다면 생수는 구입하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방으로 돌아와서 점심겸 저녁을 준비한다.
시각은 이미 9시가 다되었다.
먼저 밥을 하고는 국을 끓였다.
국은 두 끼 분의 국물이 들어있던 설렁탕으로 하였다.
거기다가 달걀 5개를 넣었다.
아침에 남은 5개를 다시 넣어야 한다.
설렁탕에 건더기는 거의 없었고 완전 달걀찜이 되었다.
하지만 아주 맛있는 저녁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여행용품 중 아직 손보지 못한 전기제품들을 테스트 해본다.
역시나 작동을 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충전기와 충전지 충전기 2개 등 모두 3개를 분해했다.
안에 물기가 여전했다.
다행히 방안에 드라이기가 있었다.
드라이기로 한참을 말렸다.
충전기 2개는 정상 작동이 되었다.
하지만 휴대폰 충전기는 여전히 불통이다.
드라이기로 계속해서 말렸다.
다시 한참을 말려서 테스트를 해 보니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배터리 하나가 이상했다.
충전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번 여행에서는 배터리 하나로 버텨야 했다.
사용가능한 배터리를 꼽고는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연결해 두었다.
그렇게 대충 정리를 마치고 나니 11시가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자전거여행에 관심이 많았던 모카페에서 같이 활동하는 회원과 전화통화를 하였다.
통화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져 무려 3시간이 넘게 통화를 하였다.
통화가 끝나자 시각은 3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하지만 바로 자지는 못하고 마트에서 사온 맥주와 안주를 다 해치우고 3시 반이 되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주행거리 : 28.03km
주행시간 : 2시간 2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