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는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누웠지만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자는 동안 자주 잠을 깼다.
물론 이유는 더워서였다.
깰 때 마다 온도를 확인해 보니 32-33℃ 사이를 나타내고 있었다.
제주도 도착 예정시간이 6시였기 때문에 조금 일찍 일어나야 했다.
식사와 샤워 그리고 짐을 챙기는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새벽 4시 40여분쯤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이른 시간인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집에서 준비해간 컵라면에 물을 붓고는 빵과 함께 2층 계단 앞 의자에서 식사를 했다.
아직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샤워를 했다.
10명의 승객들이 같이 써야 하므로 서두르지 않으면 남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주머니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사이 나는 자전거옷으로 갈아입고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6시가 가까워오자 배의 왼쪽편으로부터 저 멀리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6시 30분이 다 된 시각 배는 멈추었고 사람들은 내리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방을 나오기 전 3명의 남자 일행은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이 깨워야하지 않냐고 했지만 일부에서는 선박회사 직원들이 깨울 것이라며 괜히 잠을 깨우면 싫어할 것 같다고 하였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느긋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오가는 다리가 내려졌고 사람들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제 자전거를 짐칸에 놓고 올라오며 내릴 때 짐을 한번에 들기 위해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했던 데로 한번에 옮길 수가 있었다.
빨리 내릴 마음은 아니었으나 줄을 서다 보니 엄청나게 앞서서 내렸다.
짐을 한가득 들고는 곧장 화물칸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직 화물칸은 개방되어 있지 않았고 한창 화물칸의 문이 육지에 닿는 곳에 나무로 덧대기 작업을 하는지라 지게차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몇 분이 흘러 작업이 끝나자 문이 모두 열렸고 제일 먼저 자전거를 내릴 수가 있었다.
사진을 몇 장을 찍고는 짐을 자전거에 싣고는 출발을 했다.
그사이 다른 승객들은 모두 배를 빠져나간 듯 했다.
짐이 무거운 관계도 있었지만 부산터미널에서의 경험 때문에 터미널 건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짐차들이 드나드는 문으로 빠져 나갔다.
여기서 잠시 부산에서 제주와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의 거리를 비교해 보기로 한다.
지난 9월 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해 일본을 다녀올 때 기록해 두었던 사진과 이번 제주를 갈 때 기록해둔 사진이다.
시모노세키까지는 228.06km, 제주도까지는 316.36km의 거리가 측정이 되었다.
조금의 오차는 있겠지만 확실히 부산에서는 일본이 가깝다.
시간 또한 9시간 8분과 11시간 20분의 시간으로 제주를 가는 것이 훨씬 더 걸린다.
제주로 갈 때 탔던 코지아일랜드호의 평균속도는 27.9km/h였고, 시모노세키로 갈 때 탔던 성희호의 평균속도는 24.9km/h로 오히려 제주로 갈 때가 더 빨랐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일본이지만 아직 멀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거의 7시 정각 제주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와 드디어 제주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제주도를 왔다는 흥분 때문이었을까 잠시 GPS가 꺼져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약 200여 미터를 달리다 잠시 멈춘 후 GPS신호를 켜고 다시 달렸다.
이른 아침이라 차도 별로 없었고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다.
제주여객터미널앞에는 방금 배에서 내린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공기가 무척 상쾌하게 느껴졌다.
용진교를 지나 탑동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 빨간불을 무시하고 지나다 차가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달리다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라마다프라자호텔을 지날 때 즈음 나와 같이 자전거를 가지고 제주를 왔던 두 사람이 앞서 가고 있었다.
짐이 별로 없어 나보다 먼저 출발한 상태였다.
제주향교를 지날 때쯤 두 사람을 추월했고 나는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거기서 두 사람과 다른 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골목길 이었다.
집들로 둘러싸여 있어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무작정 달리다 용두암쪽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제주사대부설중고교앞을 지나 용담2동쪽으로 가고 만다.
학교 앞은 한창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학교를 지나 쭉 달리다보니 길이 갈라졌다.
좌회전을 해서 계속 쭉 달렸다.
여기서 우회전만 했더라면 제대로 여행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길을 아주 조용했고 차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사람도 가끔 지나갔다.
그대로 길을 따라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주공항 입구를 지나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GPS를 대충 보고는 해안가로 가는 길이 아닌가 싶어 공항 옆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 들어가다 보니 밭만 보였고 결국 이상한 건물 앞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얼마전에 안 사실이지만 기상관측소처럼 생긴 그 건물은 제주공항 레이더송신소였다.
다시 갔던 길을 거슬러 나와 7호광장을 지나 신광사거리로 향했다.
길 옆으로 차들만 달릴뿐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신광사거리를 지나자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12번 일주도로로 들어왔다.
하지만 해안도로로 갔어야 했다는 것 때문에 허탈했다.
제주서중학교 앞을 지나자 도두동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무조건 우회전을 했다.
길이 갈라져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작은 길로 빠졌다.
하지만 막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도두봉쪽으로 방향을 틀어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집을 떠나오기전 자여사란 카페에서 제주를 여러 번 여행했던 회원의 글을 정리하여 자전거 앞쪽 가방에 넣고 다녔다.
터미널에서 도두봉까지의 설명이 없어 우왕좌왕 했던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대체적으로 설명이 나와 있어서 설명과 지도 그리고 GPS로 잘 다녔던 것 같다.
글의 설명에 나와 있는 마트와 편의점을 지나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누나에게 전화를 한다.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이라 출근준비에 바쁜 누나를 방해할까봐 출근중일 때 전화를 걸었다.
이때가 정확히 오전 8시였다.
대략 15분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도두항 주변을 돌아본 뒤 이호해수욕장을 거처 다시 도로로 나왔다.
왕복 2차선 도로를 조금 달리자 곧 큰 도로가 나타났다.
다시 12번 일주도로를 만난 것이다.
가는 길에 해안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으면 가능한 한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
조금 달리다 보니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보였다.
당연히 내려가 보았다.
해안가를 돌아보니 식당, 민박, 펜션 등이 보였다.
바닷물이 짙은 푸른색이었다.
바람이 조금은 강하게 불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처음으로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구도를 잡던 중 자전거가 넘어지고 만다.
짐 때문에 조금 기운 것도 있었지만 바람 때문에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앞쪽 가방의 짐들이 모두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GPS가 거치대에서 튕겨져 나왔다.
다행히 GPS는 이상이 없었지만 플라스틱이 조금 찌그러졌다.
우선 자전거를 세워 근처에 있던 전봇대를 지지해서 세우고 땅에 떨어져 있던 지도와 충전지등을 주워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전봇대에 붙어 있어 구도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처음 찍는 사진이라 몇 장 찍어 보았다.
그러던 중 배가 살짝 아파오기 시작했다.
다시 길을 달리다 얼마가지 않아 주유소가 보였고 주유소 한쪽 모퉁이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는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길을 달리며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 펜션이며 낚시용품점이며 횟집등이 많이 보였다.
하귀쪽에 접어들자 드디어 해안도로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났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조금을 달리다 보니 경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구간이 하귀-애월해안도로였다.
대체로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왕복 2차선이다 보니 조심해서 달려야 했다.
차는 자주 다니지 않았지만 전혀 없는 편도 아니었다.
잠시 달리다 전망대가 있어 다시 사진 몇 장을 찍고 달렸다.
그리고 얼마 후 의자가 있는 자그마한 공원이 있어 조금 쉬며 사진을 찍기로 한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라 배가 조금 출출했다.
그래서 간식을 먹고는 물도 마셨다.
그리고는 이번 여행을 위해 새로 구입한 가벼운 삼각대를 꺼내어 카메라와 연결해 인물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경북여행에서는 삼각대가 무거워 잘 사용하지 못했었다.
뒤쪽 짐받이 끈에 묶여 있어 웬만하면 꺼내지 않았었다.
이번 여행에는 삼각대를 배낭에 넣고 다녀서 꺼내기도 수월했었다.
경사를 오르내리며 애월항을 돌아 해안도로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조금을 더 달리자 여행자정보센터란 곳이 보였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 자여사카페에 글이 올라와 있어 알고 있던 곳이었다.
정보센터마당으로 자전거를 들이자 누군가 쉬었다 가라고 소리쳤다.
자전거를 한쪽에 세우고는 주변 경치를 감상했다.
자여사카페 회원 글에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되어 있었다.
역시 정말 멋진 바다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잠시 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의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고 자전거와 나의 사진도 찍었다.
자신들의 카페에 올리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잠시 후 제주도관광전문가라는 직원이 외근을 나갔다 돌아와 대충 설명도 해 주었다.
그리고는 여행일정이 긴 것 같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묵으며 오후에 고기를 잡으러 가자는 이야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행을 출발하며 세운 계획이 있어 힘들다며 사양을 하였다.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자전거가 두 번 넘어졌다.
제주도에서만 벌써 3번째 였다.
경북여행에서는 호미곶에서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살짝 넘어진 것 밖에는 없었는데 말이다.
여행자정보센터란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정보를 나누어 주며 먹을거리를 팔고 있는 카페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대략 한시간 정도를 머물렀고 그냥 얘기만 나누다 다음 여행지로 출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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