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가 훨씬 넘은 시각 잠을 청해 아침 9시가 다되어서야 일어났다.
항상 그러하듯이 먼저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전날 남은 국에 나머지 5개의 달걀을 넣고는 다시 끓인다.
간신히 코펠 밖으로 넘지 않았다.
그리고는 밥이 있는 코펠에 물을 조금 넣고는 데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밥은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를 하고는 샤워를 한다.
밤새 방은 더웠다.
땀은 좀 흘렸지만 덕분에 젖은 옷들은 잘 말랐을 것이다.
이제 짐들을 정리하고 오늘 일정을 시작해야한다.
늘 그렇듯이 출발 전 짐을 정리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일단 가방에 모든 짐들을 넣어야 하고 그 짐들을 자전거까지 옮겨서 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짐들은 한 번에 다 옮길 수가 없다.
방 입구에 짐들을 쌓아놓고는 몇 번에 나누어 계단을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는 자전거에 올려놓고는 끈으로 고정을 시켰다.
이제 출발이다.
민박집을 출발한 시각은 정오를 막 지나고 있을 때였다.
먼저 여행안내센터에 들르기로 했다.
민박집이 아니었다면 어젯밤 그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자 했었다.
운 좋게도 싸게 방을 얻었고 비에 젖은 몸과 마음 그리고 장비들을 정비할 수 있었다.
한림공원 근처에서 받았던 여행안내책자들은 이미 거의 못쓰게 된 상태라 책자들이 필요했다.
안내센터로 들어서자 직원이 한 명 있었다.
안내책자들이 놓여있는 곳으로 가 필요한 것들을 골랐다.
하지만 직원은 거의 말도 하지 않고는 자기 일만 하고 있었다.
저번 센터보다 불친절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자를 챙기고는 밖으로 나와 앞쪽 가방에 넣고는 근처에 전망대가 있다는 여행기를 보고 GPS를 보며 이리 저리 찾아보았다.
하지만 길은 막혀있었고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어제는 밤이라 길을 잘 몰라 혹 다른 곳에 전망대가 있나 싶어 테디베어박물관까지 내려갔다 다시 안내센터를 지나 민박집까지 갔다 안내센터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어제 어디로 왔으며 어디가 어딘지 방향감각을 찾을 수가 있었다.
전망대를 찾지 못할 것을 알아차리고는 여미지식물원으로 향했다.
식물원을 들어서자 관광버스와 승용차들로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물론 사람들도 많았다.
시간관계상 식물원내부구경을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론가 구름다리처럼 연결이 되어 있는데 주차장에서는 갈 수가 없었다.
이 다리의 정체는 며칠 후 알게 된다.
그렇게 주차장을 반 바퀴 돌아보고는 식물원을 나왔다.
소리섬박물관을 지나 다시 테디베어박물관 쪽으로 향했다.
어제 관광안내센터와 야영지로 경합을 벌였던 식물원 옆 외부 화장실에는 사람들이 좀 보였다.
다행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야영을 하고 오늘같이 늦게 일어났다면 아마 개망신을 당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바로 길 건너에 편의점이 있다면 최적의 야영장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제 어제 찾다 포기했었던 쉬리언덕으로 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장소를 모르고 있다.
일단 무작정 비탈길을 내려가기로 했다.
신라호텔 정문 쪽으로 들어가다 아닌 것 같아 돌아 나왔다.
어제 체인이 빠졌었던 식당 앞을 지나 계속 내려갔다.
그러자 하얏트리젠시호텔이 나왔다.
호텔 앞을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길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해 보았으나 방법은 없었다.
다시 올라갔다.
올라오는 길에 오른 쪽에 옆으로 빠지는 길이 하나 있다.
하지만 이정표도 없었다.
이곳이 아니라면 더 이상 찾을 방법이 없다 싶어 들어가 보기로 한다.
길옆으로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150여미터를 들어가자 주차장이 있었고 더 이상 차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는 진입할 수 있었다.
50여미터를 더 올라가자 조그마한 언덕이 보였다.
어제부터 찾아 다녔던 쉬리언덕이었다.
언덕 입구 쪽에 자전거를 세워두고는 먼저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10여미터를 걷자 입구에 조그마한 음료수판매점이 있다.
그리고 짧은 계단을 올라가면 의자가 있는 쉬리언덕이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서너명 밖에는 없었다.
다시 자전거로 돌아와 카메라를 꺼내서 언덕으로 갔다.
바다를 보고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 가방에서 삼각대를 꺼냈다.
그리고는 혼자 독사진을 찍는다.
저 멀리 바다를 보며 고요한 언덕에서 잠시 쉬니 맘이 한결 차분해졌다.
20여분을 채 머물지 않고 그 곳을 나왔다.
자전거 쪽으로 걸어가다 또다시 자전거가 넘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다행히 GPS는 자전거에서 튕겨져 나가지 않았다.
바로 자전거를 세우고는 카메라를 넣고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을 한다.
조금 전 내려왔던 경사로를 따라 올라갔다.
테디베어박물관과 소리섬박물관을 지나 우회전을 했다.
조금을 내려가자 다리가 하나 나왔다.
이곳은 내가 와본 곳이었다.
2001년 제주에 업무차 왔을 때 차를 하나 빌렸었고 그때 와본 곳이었다.
그때는 황무지 같은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길도 좋아졌고 앞에 컨벤션센터도 생겼다.
다리를 지나자 오른쪽에는 컨벤션센터가 나왔고 왼쪽에는 국제평화센터가 나왔다.
특별한 행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컨벤션센터 옆쪽은 아직도 한창 공사중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조금을 더 가니 삼거리가 나왔다.
나는 계속 오른쪽으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인 주상절리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주상절리대는 컨벤션센터 바로 옆에 있었다.
길에서 조금 들어가자 주차장이 나왔고 바로 옆에 매표소가 있었다.
주차장에는 대형버스와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관광객들이 꽤 많이 있었다.
나는 주차장 제일 안쪽에 과일 등을 팔고 계신 할머니들 옆 빈 공간에 자전거를 세웠다.
자전거에서 가장 가까운 할머니께서 자전거를 봐 주신다고 하신다.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혹시 몰라 작은 자물쇠로 자전거를 묶어두었다.
앞쪽 가방에서 카메라와 지갑만을 챙기고는 매표소로 향했다.
입장료 2,000원을 지불하고 표를 구입한다.
매표소에서 바닷가로 계단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주상절리대가 나타난다.
사람들이 많아 원하는 장소에서 맘 놓고 사진을 찍지 못했다.
원래 관광지를 방문하면 모두들 인물사진 찍기 바쁘지 않던가.
나는 사진을 찍고자 하는 자리에 사람이 없는 틈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또한 날파리 같은 벌레들이 많이 날아다녔다.
그렇게 길지 않은 계단을 따라 돌며 사진을 찍고 올라왔다.
올라와서도 해안가를 따라 사진을 찍으며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 송악산과 산방산이 보였고, 바다위에는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였다.
그리고 조금 전 지나왔던 컨벤션센터도 찍었다.
사진을 찍던 도중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뱀을 보았다.
다행히 나한테서 멀리 도망가고 있었다.
잠시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보았다.
화장실에는 의외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시 매표소 쪽을 지나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자전거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하려고 할 때 할머니가 귤을 주신다.
몇 개 줄려고 하셨는데 하나만 받았다.
그렇게 하여 그곳을 빠져 나왔다.
입구 조금 떨어진 길 건너편에 아프리카박물관이 있었다.
아프리카 민속공연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아직 오늘의 목적지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부지런히 달려야 했다.
박물관 앞마당만 한 바퀴 돌고는 다시 길을 따라 달렸다.
길을 따라 조금 달려 디워를 촬영했다는 약천사가 있었지만 그냥 통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몰라서 통과했던 것인지 알고도 일부러 지나쳤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늦은 출발로 인하여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였음이라 생각이 된다.
길은 아주 한적했다.
전형적인 시골길이었다.
그렇게 얼마를 더 달리자 배가 출출해 지기 시작했다.
시각은 이미 2시 반이 지난 때였다.
음식점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가다 식당을 발견하고는 멈추어 섰다.
그 곳은 서귀포시 강정동이었다.
자전거를 적당히 넘어지지 않게 세워두고는 가방 등을 챙겨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주문을 하고 화장실을 찾았다.
얼굴의 땀 때문에 세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없었다.
다행히 화장실 앞쪽에 물 나오는 곳이 있어 세수를 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TV를 보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다음 일정을 위해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다음 일정은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이지만 그 뒤부터 여정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바로 출발하지 않기 위해 이것 저것 생각을 했던 것이다.
55분 가량을 머무르고 월드컵경기장으로 출발을 한다.
중문에서 지금까지 12번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지 않고 좀더 해안에 가까운 길로 달려왔다.
예전 일본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호후에서 시모노세키까지 올 때 2번 국도를 이용했다.
국도를 따라 길을 가면 길 찾기는 쉽지만 볼거리가 많지 않다.
경북여행에서 부산에서 경주까지 갈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길만 잘 안다면 좀 더 작을 길로 볼거리를 충분히 보면서 달리고 싶을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식당을 출발해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 이정표가 하나 보인다.
서건도 입구라고 되어 있다.
들어보지 못한 섬이었다.
하지만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한다.
길은 1차선 넓이였고 포장이 되지 않은 구간도 있었다.
대략 600여미터를 들어가자 바로 앞에 섬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섬이 하나 있었다.
물이 빠져 사람이 걸어서 섬까지 갈 수가 있었다.
실망스런 마음으로 다시 도로로 향했다.
길 주변에는 밭들이 보였으며 마을주민들이 모여 일을 하고 있었다.
다시 도로를 따라 달렸다.
채 500여미터도 달리지 않아 사거리가 나왔다.
직진을 하다 길이 끊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안가로 방향을 틀었다.
범섬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였다.
해안가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었다.
차가 두어대 주차되어 있었다.
어디선가 사람 말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보니 차 뒤에서 두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섬 사진만 찍고 인물사진은 찍지 않고 다시 출발을 했다.
조금 전 직진을 하려던 그 길로 달렸다.
법환초등학교가 보였다.
조금을 더 달리자 길이 좁아졌다.
하지만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서귀포시 대륜동이었다.
계속 달려도 12번 일주도로 쪽으로 빠지는 샛길을 찾을 수가 없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지로 한다.
그리고는 조금 전 사거리에서 바로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길은 조금 가팔랐다.
시속 5-10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경사를 올라갔다.
대략 1.2km를 올라가자 월드컵경기장이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어 바로 2층으로 향했다.
여행기에 보면 경기장은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개방한다고 되어 있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문이 열려 있나 보았다.
300°쯤 돌았을 때 열린문을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참 사진을 찍고 있으니 몇 명 보였다 사라진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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