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전 다리를 건너서부터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다리쪽으로 달렸다.
다리가 나오자 건너지 않고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
얼마를 가자 이정표가 보였다.
조금은 경사가 있는 좁은 진입로로 들어갔다.
하지만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수학여행온 관광버스들과 승용차들이 서로 엉켜서 꼼짝을 하지 않고 있어서 였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겨우 길옆으로 지나갈 수 있었다.
학생들도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통에 아주 더디게 움직였다.
조금을 가자 입구가 보였다.
학생들은 바로 들어갔고 나는 주차장으로 가서 자전거를 세우고는 입장권을 구입한다.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무덤가까이에 도착하자 눈앞에는 동네 장날처럼 온통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학생들은 제각각 뛰어다니고 올라타고 사진찍고 얘기한다고 조용히 관람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문화재를 보호하기는 커녕 더 망가뜨리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유신장군묘는 봉분 아래에 병풍처럼 판석으로 호석을 설치하였고 호석 중간중간에는 평복차림에 무기를 든 12지신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나 하나 사진을 찍고 둘러보는 사이 다행이 학생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 나갔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나이가 들어 직접 가고 싶은 곳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의 수학여행이 얼마나 파행적으로 진행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전혀 유적지에서 우리 옛문화를 느끼기는 커녕 아이들 놀이터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같이 여행온 선생님들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이럴바에는 차라리 다른 행사들로 바꾸어 수학여행을 다녀야 한다고 진지하게 건의하고 싶다.
이후로도 이런 행동들은 수차례 목격을 하게 된다.
어찌되었던 혼자 남은 나는 천천히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는 천천히 묘를 빠져 나갈 때 다시 한 무리의 학생들이 김유신장군묘로 들어왔다.
자전거쪽으로 돌아온 나는 잠시 다음 일정에 대해 생각을 하고는 비탈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터미널앞 다리를 건너 예전 경주자전거일주때 지나갔던 곳들을 다시 지나가 보기로 했다.
그당시 첨성대 안을 들어가보지 못한 것도 있었고 안압지 야경도 아주 보기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사진도 보았었기 때문에 그 곳들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대릉원 정문을 지나 후문쪽으로 가서는 계림쪽으로 향했다.
그 때 마침 GPS의 밧데리가 다 되어 교체하고 있을때 누군가 말을 걸어 온다.
알고 보니 자여사 회원이었다.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같이 온 일행의 성화에 못이겨 곧 헤어진다.
계림을 지나 계속 들어가 보니 향교가 보였다.
안을 들어가 보니 사람이 살고 있었고 결혼식도 접수를 받는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안을 들려다 보니 너무 초라하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곧 밖으로 나왔다.
오전에 들렀던 양산재와는 너무 비교가 되었다.
계림을 지나 첨성대 입구쪽에서 사진을 찍고는 첨성대에 학생들이 줄어들기를 기다려 보았으나 일부가 빠지면 또 다시 학생들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담을 넘어 안을 들여다 보니 들어가봐야 안들어가니만 못할것 같아 그만 포기를 한다.
그리고 안압지도 학생들로 가득하다.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으면 오늘 일정에 무리가 올 것 같아 포기를 하고 잠을 자기로 계획을 세운 불국사쪽으로 출발을 한다.
불국사까지는 거리가 조금 된다.
또한 초행길이라 걱정도 조금 된다.
하지만 큰 길만 쭉 따라 가면 되어서 안심도 조금 된다.
5시가 조금 안된 시간 나는 불국사를 향해 출발을 한다.
기온이 조금 떨어진 관계로 자전거 뒤쪽에 묶어 두었던 점퍼를 입었다.
길은 따라 달려보니 이 곳도 별 경사가 없다.
반쯤 달렸을때 뒤에서 경찰차가 인도로 올라가라고 한다.
기분은 나빴지만 오늘은 복장도 그렇고 헬멧도 쓰지 않아 인도로 달리기로 했다.
역시나 차도를 달리다 인도로 올라가니 영 길이 쉬원치 않다.
하지만 계속 인도로 달린다.
달리다 허기가 져서 간식을 좀 먹었다.
마침내 불국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여서 큰길에서 좌회전을 하여 달린다.
날이 어두워진 관계로 자전거를 세우고는 후미등을 켰다.
이후 도로의 경사가 점점 심해지기 시작한다.
기어를 변속하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전방에 호텔이 보이고 보문단지 쪽에서 들어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에서 멈추고는 잠시 쉰다.
앞으로 경사가 더더욱 심해 보이는데 과연 이곳을 잘 올라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출발 조금 달리니 길이 나누어 진다.
내리막이 나와 다행이었다.
배도 고파왔고 저녁이라 피곤한데 계속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다간 힘에 부칠것 같아서였다.
불국사 이정표를 보고 따라 가니 불국사휴게소란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날은 어두워진 후라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한쪽에 관광버스 몇 대가 주차되어 있을 뿐이었다.
하늘은 보니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
곧 빗방물이 조금씩 떨어진다.
하는 수 없이 여기서 텐트칠 장소를 물색해야 할 것 같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건물옆쪽에 잔디가 있는데 그 곳이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비가 쉽게 그칠 분위기가 아닌것 같아 보였다.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는 비가 들이치지 않은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저녁거리를 사러 가게를 찾으러 간다.
불국사휴게소 길 건너에는 각종 숙박시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단체여행객들이 이용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편의점이나 가게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생수는 꼭 필요했다.
그래야 밥도 하고 국도 끓일수가 있다.
휴게소에 화장실이 있었고 문도 열려 있었지만 가능하면 생수를 사용하고 싶었다.
다행히 한참을 올라가서야 가게를 찾을 수가 있었다.
생수와 참치캔을 구입한다.
하지만 김치와 달걀은 없다.
옆쪽에 아주 작은 구멍가게가 있어 다행히 달걀 6개를 구입한다.
조금을 더 가니 다시 편의점같이 곳이 보였다.
하지만 김치는 판매하지 않았다.
대부분 단체로 와서 숙박을 하니 김치를 찾는 손님이 없을 것이다.
하는수 없이 길건너편쪽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내려갔다.
가는 중에도 사방으로 가게가 있나 둘러 본다.
마침 한 곳이 보였다.
그 곳으로 가 김치가 있는지 물어 보니 없지만 부식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방금전 구입했던 세 곳의 가게 주인들이 좀 야속하게 느껴진다.
이 곳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을 좀 알려줬으면 더 빨리 구입해서 돌아 갈 수 있었는데 하면서 말이다.
하기사 처음 가게에는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 달걀을 판다는 말도 안해주었이니 대충 이곳의 인심을 알 것 같았다.
다섯 번째로 부식가게에 가보니 생수말고는 다 있었다.
그럼 두군데만 왔어도 4가지 모두 구입할 수 있었는데 다섯 군데씩이나 찾아다녔다고 생각하니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더군다나 처음보다 비가 점점 굵어져서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핸들바 가방은 자전거에서 분리해서 가지고와 짐이 꽤 무거웠다.
김치 두끼분정도를 달라고 하고는 자르는 동안 한 10여분 정도를 기다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략 7-800g은 받은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2,000원만 달라게 하신다.
그렇게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고는 자전거가 있는 휴게소로 향했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는 않아 보여서 하는 수 없이 지붕이 있는 벤치 가운데 텐트를 친다.
벤치사이 기둥에 자전거를 묶었다.
자물쇠를 두 개다 사용하여 잠군다.
그리고 짐을 다 옮기고는 옷도 갈아입고는 화장실로 가서는 쌀을 씻어온다.
오늘 아침 밥이 조금 작은 듯하여 내일 아침분까지 조금 많이 한다.
하지만 나중에 밥이 다 되고 보니 엄청나게 많이 한 것이었다.
이번 식사에는 김치도 있고 참치캔도 있다.
더군다나 국에는 달걀 3개가 들어가 있다.
나중에 먹어보니 확실히 많다.
배가 터질정도로 먹었다.
어찌되었던 간에 반 이상은 먹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9시 반이 훌쩍 넘어 있었다.
저녁을 만들때 집에 전화를 걸어 일기예보를 좀 봐 달라고 부탁을 해 놓은 상태여서 다시 확인 전화를 한다.
다행히 내일은 비예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다 믿지 못한다.
여행을 출발하기전 5일간은 날씨가 좋다고 출발했는데 비가 오니 말이다.
밥을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씻을려고 하니 내키지 않아서 그냥 잠을 자기로 한다.
그렇게 10시쯤 나는 잠을 청한다.
하지만 길 건너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음들을 들으며 누워 있으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여행을 온 각각의 학교에서 전문 진행자를 데려와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바로 옆에서 하는 것 같았고 무슨 얘기인지 다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또한 바람이 불어 텐트가 조금은 펄럭거렸다.
그렇게 있다 10시 반쯤 잠이 든 것 같다.
자기전 텐트의 실내온도는 18.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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