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침이 밝아왔다.
밤새 바람소리와 혼자만의 첫여행이라는 설레임에 중간 중간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시계는 6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 텐트안 온도는 12.5℃였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하여 텐트와 자전거에 이슬이 맺혔다.
우선 아침부터 해결해야 했다.
밥은 어제 저녁 두끼분을 해두어서 아침에 먹을 것은 있었고 국만 끓이면 되었다.
어제 저녁은 곰탕을 먹었으니 아침은 미역국으로 선택한다.
물론 직접 해먹는 것은 아니며 마트에서 사온 즉석건조식품을 코펠에 넣을 뿐이다.
어제 저녁 생수를 구입하며 달걀을 사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어제 곰탕은 말이 곰탕이지 건더기가 거의 없었다.
오늘 아침 미역국은 그나마 건더기가 조금 있다.
아침을 먹고는 화장실을 찾아보았다.
설거지도 해야하고 씻기도 해야 했다.
텐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화장실이 보였다.
일단 코펠에 물을 넣어 불려 놓고는 먼저 씻었다.
이른 아침이라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음놓고 윗옷을 다 벗고는 머리도 감고 발도 씻었다.
그리고는 설거지를 마치고 텐트로 돌아왔다,
다행히 텐트와 자전거는 멀쩡히 있었다.
어제 저녁 잠들기전 오늘 일정을 대충 정리하고 잠을 잤었다.
오늘 일정은 시내 관광이라 자전거유니폼을 입지 않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었다.
대신 발목에 밴드만 했다.
짐들을 정리하고 텐트에 남아 있는 이슬을 닦아내었다.
이슬은 텐트의 내부와 외부에 모두 맺혀 있었다.
수건으로 안과 밖을 모두 닦아낸다.
자전거에는 물기가 거의 말라 있었다.
짐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꽤 오래걸린다.
직접 밥을 해먹고 설거지를 하고 몸을 씻고 가방들을 정리하고 텐트까지 정리하니 9시가 훨씬 넘었다.
그리고 이런 여행은 처음인지라 아직 익숙하지가 않은 탓이기도 했다.
텐트 근처에는 아침 일찍부터 나와 가로등 페인트칠을 하는 분들이 계셨다.
짐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는 혼자 여행하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던지 이것 저것 물어보신다.
어제 편의점 아저씨도 혼자 여행하는 것이 무섭고 위험하지 않냐고 하셨는데 역시 같은 질문을 하신다.
그런 문제는 전혀 없다고 했다.
자전거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잠시하고 작별인사를 한뒤 이틀째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서서히 출발을 했다.
그때 시간은 10시였다.
보문단지를 시계방향으로 돌아 시내쪽으로 갈 계획이었다.
첫날인 어제는 가능하면 인도를 이용하였으나 차도에 적응을 하다보니 인도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별일이 없다면 계속 차도로 다니기로 한다.
평일 오전인지라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고 차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 부담없이 차도를 이용할 수 있었다.
보문단지를 돌아나오며 사진도 조금 찍었다.
보문단지 입구를 빠져 나와 시내쪽으로 나오며 잠시 인도를 이용하였으나 차도와 너무 차이가 나서 그냥 차도를 이용한다.
경주 시내쪽은 두 번의 라이딩 경험이 있어 가본 곳이 조금 있었다.
그 곳들은 제외하고 둘러보기로 한다.
초등학교시절 하필 내가 6학년일때 자기 몸을 사리는 사람이 교장으로 있어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어릴적 한번도 경주구경을 하지 못했다.
서른이 넘어서야 경주의 유적들을 조금 둘러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시절 하지 못했던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오릉쪽으로 갔다.
오릉은 지난 봄에 온 적이 있어 다시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 사진은 찍지 못했다.
자전거 자물쇠와 관련된 일이 있어 나만 찍지 못했었다.
그래서 앞에서 사진만 찍는다.
그러는 동안 유치원에서 온 꼬마들이 줄을 맞추어 오릉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잠깐 지도를 보고는 포석정쪽으로 향했다.
포석정으로 가는 길에 나정과 양산재가 있다.
그곳부터 들르기로 한다.
양산재란 박혁거세를 임금으로 추대한 6부 촌장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다.
내가 갔을때는 방문객이 나 혼자 뿐이었다.
나도 태어나 처음 들어 보는 유적지였다.
하지만 나는 박혁거세의 후손이다.
이 곳을 방문하게 된 것이 나에게는 아주 뜻깊은 일이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가운데 잘 정돈되어 있는 내부를 돌아보고는 정문밖에서 무엇을 말리고 계신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나정으로 향했다.
나정과 양산재는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나정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의 시조이신 박혁거세의 알이 발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곳이다.
지금껏 박가로 살아오면서 나의 시조가 이 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도 모른체 살아왔었다.
만약 어린나이에 왔다면 느끼지 못했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와 보았다는 것에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의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 같았으며 우물은 보이지가 않았다.
조선 순조때 세워졌다는 비석과 바닥의 돌알림판만 보일뿐이었다.
그렇게 나정을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제 포석정으로 가야했다.
그때 갑자기 배가 슬슬 아파온다.
화장실을 가야할 것 같다.
마침 이쪽으로 올라오는 입구에 주유소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볼일을 해결하면 되겠구나 생각하고는 그쪽으로 출발을 한다.
내리막을 내려가자 길가에 주유소가 나왔다.
주유소의 화장실 근처에 자전거를 주차하니 아저씨가 신기한 듯 이것 저것 물어보신다.
간단히 얘기를 나누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다시 자전거로 돌아와 출발준비를 하고는 인사를 하고 포석정으로 향했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포석정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왔다.
입구로 들어가니 차량주차비를 별도로 받았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라 그냥 통과.
관광버스가 무척 많았다.
또한 학생들도 무지 많았다.
가을이라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 가 자전거를 세워둔다.
이번여행에서 잠을 자는 곳 말고는 대부분 작은 자물쇠로만 자전거를 잠궈두었다.
아부스 자물쇠는 뒷 짐받이에 끈으로 묶어 두었기 때문에 일일이 빼기가 좀 성가시다.
하지만 끈을 풀지 않고도 뺄수 있었으나 그때 상황을 봐서 사용유무를 판단했다.
대부분은 일본에서 선물로 받은 자물쇠만 이용한다.
일단 포석정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어디서부터 둘러볼까를 생각하고 있을때 수학여행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점심식사를 하러 각자 자리를 잡는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포석정입구로 가서 표를 구입한다.
입장료는 500원이었다.
입구문을 통과하자 눈앞에 포석정이 보였다.
그리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이곳 저곳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는다.
태어나 처음으로 와본 곳이었지만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지금껏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너무 황량하다.
달랑 조그마한 도랑이 파인 포석정에 물도 없고 나무만 조금 보이고 예전에 있었다는 정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곳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복원을 했다면 좀더 많은 사람이 와서는 무엇인가 느끼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실망스러운 관광지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곳 저곳을 둘러볼 것도 없이 잠시후 밖으로 나왔다.
옆쪽에 길이 보여서 들어가 보니 사찰들이 있는 곳이었다.
잠깐 둘러보고는 다시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갔다.
포석정은 남산자락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경주남산은 많은 유적지가 있다고 알고 있다,
포석정 옆쪽으로 남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간혹 보였다.
나도 가고는 싶었으나 이번 여행일정에서는 계산을 하지 못한 곳이다.
아무래도 산을 올라 이곳 저곳을 보다 보면 하루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남산을 오르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남산지도 옆쪽을 보니 지마왕릉이란 팻말이 보였다.
포석정에서 빨리 나온 관계로 한번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마왕릉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가는 길 왼쪽으로는 남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보였다.
날씨가 무척 좋았으며 푸른 숲들이 보기 좋았다.
지마왕릉에 도착하여 안내판을 읽어보고 왕릉 여기 저기를 둘러보고는 다시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간은 12시가 지난 때였지만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다.
다음 관광지는 경주 서쪽에 위치한 무열왕릉과 김유신장군묘다.
일단 그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경주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가야 했다.
가는 길에 식당이 많이 있을 것으로 판단 그쪽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출발한다.
아까 지나왔던 주유소를 지나 오릉옆쪽의 넓은 도로를 이용해 시내로 향했다.
터미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우선 여행안내센터로 들어가 안내책자를 받았다.
책자도 적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도 못하다.
다시 식당을 찾아다니다 한 곳으로 들어갔다.
첫날 점심은 양산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이번여행에서 가능하다면 밥을 먹고자 노력했다.
아침 저녁은 직접 밥을 해먹으니 점심만 밥을 챙겨 먹는다면 성공이다.
원래 분식을 좋아하지만 이번은 자전거여행이니 만큼 체력에 신경을 쓰고자 내린 결론이었다.
메뉴를 살펴보고는 불고기덮밥을 주문했다.
1시가 넘을 시간이라 손님은 거의 없었다.
가능한한 천천히 먹으며 다음 일정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을 한다.
식사를 마치고 자전거 물통에 물을 채우고는 인사를 하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을 한다.
터미널 옆에 있는 다리를 건너 무열왕릉쪽으로 향했다.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지금껏 가장 맘에 드는 자전거 도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길도 없어지고는 다시 차도 갓길로 간다.
잠시후 무열왕릉에 도착을 한다.
경주서쪽은 경사가 아주 완만하여 별 어려움없이 움직일 수가 있다.
왕릉안으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옆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이도 닦고 세수를 했다.
화장실옆쪽에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아주 좋은 주차 장소가 있었다.
뒷정리를 마치고는 표를 구입하여 왕릉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역시 수학여행온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다.
먼저 태종무열왕릉비를 돌아보고는 사람들을 피해 서악리 고분군쪽으로 이동했다.
왕릉 바로 앞에는 100여명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앉아 있고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열심히 설명중이라 시간이 좀 걸릴듯 보였다.
그리고 나머지 주위에도 학생들이 무리를 이루어 앉아 있었다.
무열왕릉 뒤쪽으로 능이 4개가 더 있었는데 그 곳을 서악리 고분군이라고 하였다.
안내판을 보니 정확한 피장자를 알수는 없으나 무열왕과 관계된 사람들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었다.
왕릉처럼 높이도 높았으며 둘레도 무척이나 크다.
무열왕릉을 구경하러 온 학생들 대부분은 이 곳까지 오지 않았다.
내가 구경하는 동안 몇몇 학생들과 어른들이 둘러보고 있는 정도였다.
둘러보는 동안 사마귀 한 마리가 바닥에 앉아 있다.
그리고 고분군 두 번째 능이 비로 인하여 좀 파손이 되어 있었다.
앞쪽에서는 보이지 않고 뒤쪽으로 와야만 보였다.
5개의 능 주위로 잔디가 아주 잘 깔려 있었다.
처음 올라올때부터 보였던 잔디에 자리를 깔고 앉은 남녀 한쌍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이 곳을 관람하러 온 것이 아님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다시 무열왕릉쪽으로 내려오니 그 많은 학생들은 다 빠져 나가고 없었다.
그래서 맘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왕릉을 빠져나와 차도 건너편에도 무덤이 2개가 더 있었다.
그 곳은 태종무열왕의 후손들 묘였다.
그렇게 무열왕릉을 관람하고는 다음 목적지인 김유신장군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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