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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세상/여행이야기

마루아빠의 주고쿠-키타큐슈 자전거 여행이야기 2.4 호후(防府)에서 고쿠라(小倉)까지 II

달리다 보니 어느덧 호후를 출발한지도 50km가 넘었다.
시간은 6시가 넘어 날이 저물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어느 정도 길을 달리다 보니 다시 길이 양호해지기 시작했다.
어두워진후 처음에는 라이트를 켜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 귀찮기도 하였으나 잠시 쉬면서 라이트 버튼을 눌러둔 상태였으나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였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어두워진 상태가 아니라서 어느 정도 앞을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불을 켜지 않는다면 사고의 위험도 있었기 때문에 속도를 줄이며 한쪽 손으로 버튼을 눌러보니 바로 불이 켜졌다.
처음 라이트에 이상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라이트의 불빛은 자전거의 속도에 따라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허브 발전식 라이트이기 때문에 빨리 돌아가면 무척이나 밝았다.

여전히 길에는 인기척이 없다.
더군다나 저녁이라 아예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국도를 따라 차들만 불빛을 비추며 지나갈 뿐이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편의점도 없고 식당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간혹 주유소들이 보일 뿐이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은 여전히 국도와 분리되어 있었다.
길은 시골 논길 바로 옆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가로등도 없이 오직 자전거의 불빛으로 앞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으시시 하기도 했지만 몸이 피곤한지라 그런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논길을 지나 차도를 건너니 전방에 터널이 보이기 시작한다.
더 이상 자전거길은 보이지 않아 어쩔수 없이 터널쪽으로 가는 나들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나들목 언덕을 올라가니 이윽고 길은 끊어졌고 또 다시 건너편에 길이 보였다.
참~나 터널 만든 사람들 너무 하다 싶었다.
차가 그리 많이 지나가지 않아서 건널수 있었지만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이었다면 목숨을 걸고 넘어야 할 그런 곳이었다.
터널은 새로 만든 것으로 보였기에 아주 깨끗했다.
건너편 자전거길은 아주 넓고 좋았다.
호후에서 지금껏 달려오며 처음 지나는 터널이었다.
차라리 길을 조금 나누어 양 옆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호텔까지 가는 길에서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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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지나고 어느 정도 달리니 불빛이 엄청나게 밝아진다.
조금 번화한 지역으로 들어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는 상점이고 가게들이 환하게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시모노세키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엉덩이는 아파왔고 어깨쪽도 힘이 들었다.
체력은 아직 버틸만 했지만 엉덩이가 너무 아파 얼마 달리지 못하고는 쉬고 하는 횟수가 늘어만 갔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도착하고자 통증을 참아가며 자전거를 타고 갔다.
지금껏 날이 더워 장갑을 끼지 않았으나 더 이상 손바닥이 아파서 낄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전방에 시모노세키와 간몬터널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시모노세키는 직진, 간몬터널은 우회전해서 가라고 나와 있었다.
나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우회전을 한다.
하지만 이 것이 나중에 엄청난 시련을 줄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방향을 바꿔 조금 달리다 편의점이 보여서 가던 길을 멈추었다.
조금전 물이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리 많은 거리가 남지 않았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조금 작은 것으로 구입을 한다.
그리고 바로 보냉병에 옮겨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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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앞에는 2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녀 대여섯 명이 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는 강아지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여자들의 머리와 옷 스타일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남자들 또한 행동들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 노는 아이들처럼 보였다.
혹시나 내 자전거를 건들이지 않을까 싶어 신경이 쓰였다.
시비라도 걸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떠날 준비를 마친 후 자전거를 타고 서서히 출발했다.

조금 달리니 다시 터널이 보이기 시작했다.
터널앞에 도착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인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주 좁은 갓길 하지만 차도 보다는 높게 만들어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타고 진입을 한다.
하지만 지나가는 차들도 많았고 대형 트럭들이 바짝 붙어 지나 갔다.
몸이 피곤해서였는지 핸들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그만 오른쪽으로 넘어지고 만다.
다행히 길이 좁아 터널벽면에 부딪치고는 중심을 잡고 자전거를 세웠다.
오른쪽 어깨와 팔에 시커먼 먼지가 묻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터널벽면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전혀 부상은 입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바로 터널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화장지로 팔부분의 먼지를 닦아내었다.
여행을 출발하기전 특별히 만든 티셔츠가 더러워져 내일은 입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마시고는 다시 출발을 한다.
이제부터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생한 지역을 지나게 된다.
이정표도 보이지 않았고 몇 킬로미터를 달리니 큰길이 나누어지는 구간이 나왔다.
내가 판단한 길로 지하도를 지나 다시 올라갔다.
어찌어찌 길을 갔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고가도로 밑에서 사거리가 나왔다.
간몬터널은 고가도로와 같은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차와는 달리 사람은 다른 터널을 이용한다고 알고 있던 터였다.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직접 가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사람이 지나가기를 언제까지나 기달릴 수는 없었다.
또한 사람이 지나다닐 그런 지역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터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방향으로 가 보았다.
가면 갈수록 점점 길이 이상에 졌고 더 이상 갈 수 없는 외진 곳까지 가서야 방향을 틀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다른 방향인 언덕쪽으로 반쯤 올라가다 기분이 이상하여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이리 저리 돌아 보았다.
그때 마침 아주머니 한분이 발에 깁스를 한 채 집 밖으로 나왔다.
달려가서는 간몬터널이 어느 방향인지 물어 보았다.
정확하게 설명이 안되자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집으로 들어 가서는 다른 사람을 데리고 나왔다.
아들로 생각이 되었고 고등학생정도로 보였다.
자전거를 보고는 간몬터널은 언덕쪽으로 가라고 하였다.
그 때서야 대충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 자동차로는 내가 갔었던 방향이 맞았고 사람이 걸어서 통과하는 간몬터널은 언덕쪽으로 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다시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길 한 가운데 나무를 심어 놓은 상태라 오르는데 참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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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언덕 정상까지 오르니 길이 다시 갈라진다.
왼쪽으로는 히노야마라고 표기되어 있다.
히노야마 그 곳은 간몬대교 야경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는 다시 시모노세키로 와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야경을 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9시가 훨씬 넘은 시간 나는 겨우 여기를 지나고 있다.
나는 오른쪽 길로 쭉 내려간다.
중간쯤 내려가니 간몬대교의 야경이 보였다.
카메라가 핸들바에 있었지만 시간도 늦었고 너무 피곤한지라 그냥 달리기로 한다.

드디어 해안가 도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터널 입구를 보지 못하고 신호등을 건너 다시 호후 방향으로 가고 만다.
조금 달리다 간몬대교에서 멀어진다 싶어 방향을 바꿔 달렸고 다시 신호등에 도착하자 간몬터널 입구가 보였다.
언덕에서 내려오다 바로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밤이라 도통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나중이 안 사실이지만 편의점에 들리기전 이정표에서 직진만 했더라도 아니 한국에서 조금 주의깊게 지도를 봤더라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고 훨씬 빨리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자전거여행자에게는 이정표데로 가는 것이 더 둘러서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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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터널입구에 도착하니 아저씨 한분이 바리케이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입구에 있는 엘리베이터중 자전거용 버튼을 누르니 잠시후 문이 열렸고 자전거를 싣고는 지하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벽을 보니 엘리베이터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오전 6시에서 밤 10까지 였다.
지금 시간은 막 10시를 지난 시각이었다.
큰일이었다.
이 상태로 터널에 갇히기라도 한다면 어찌한단 말인가.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원래 지하터널은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 가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냥 막 달렸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라 그렇게 빠른 속도도 아니었던것 같다.
달리는 중 터널안에서는 안내방송이 계속나왔다.
터널의 통행종료를 알리는 방송으로 판단이 되었다.
무인카메라가 보여서 혹시라도 나에게 “걸어서 건너가시오“라고 하는 건 아닌지 신경이 쓰였다.
반대편에 도착해서 아까와는 반대로 지하에서 지상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올라갔다.
다행히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터널을 통과했던 것이다.

하마터면 호텔로 가지도 못 할뻔 했지만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을 뒤로 한 채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할아버지 한분이 입구 근처에 있길래 고쿠라 방향을 물었고 예상했던데로 방향을 가리키며  알려 주셨다.
그리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특별히 자전거도로는 없었고 인도를 계속해서 달렸다.
노면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한참을 달리니 큰길이 나왔고 중간 중간 쉬어가며 지도를 보며 달렸다.
고쿠라까지는 계속 앞으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역시나 지도상 거리보다 실제거리가 훨씬 멀게 느껴졌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고 택시기사에게 물어 보았지만 아직 더 가야했다.
그렇게 다시 달리다 지도를 보곤 하며 빨리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대충 다왔다고 생각하고는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또 길을 헤메기 시작했다.
대충 20여분을 헤메고 나서 참을 수가 없어서 지나가던 택시를 세우고는 한참을 물어본다.
기사가 말해준 골목으로 들어가니 또 기분이 이상하다.
지도에 나오지도 않은 도랑이 나왔다.
하지만 또 다시 방향을 돌릴 수 없었다.
그냥 계속 쭉 가니 편의점이 하나 나타났다.
늦은 밤 이었지만 손님들이 꽤 많아 보였다.
직원에게 대충 길을 물어보고는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다시 편의점이 나왔고 다시 길을 물었다.

그렇게 편의점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사거리가 나왔고 호텔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찾아 헤메던 호텔에 별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 때 시간은 12시 5분전이었다.
호후에서 출발해서 무려 11시간만에 호텔에 도착을 하였다.
정말 인간승리가 따로 없었다.
거리는 무려 100km였다.
지금껏 태어나서 하루에 이렇게 긴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본 적은 처음이었다.
각오는 했었지만 너무나도 힘든 길이였다.
아마 낮이었다면 그렇게 길을 헤메지는 않았을 것이다.
길 찾는데는 예전부터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적당한 장소에 세우고 자물쇠로 잠그고는 로비로 올라갔다.
그리고 호텔바우처를 주고 여권을 보여주니 키를 주었다.
방번호는 803호 8층이었다.
일단 방에 짐을 풀고는 옷을 벗었다.
팔은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고 목 뒤도 뜨거웠다.
오른쪽 발목은 밴드 때문에 조금 헐어 있었다.
내일은 반바지를 입고 다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욕실로 들어가서는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다.
역시나 발목쪽이 무척 따가웠다.
오후 4시에 점심을 먹고는 지금껏 아무것도 먹지 못해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샤워를 한후 호텔밖으로 나가 보았다.
음식을 파는 곳이 한 곳 보였으나 메뉴가 별로 내키지 않는 곳이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들렸던 편의점으로 가서는 저녁식사꺼리와 맥주 한 캔을 샀다.
호텔방에는 정수기가 보이지 않았고 냉장고에는 미지근한 생수가 달랑 한 통 있었다.
로비에서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니 한쪽 코너에 보온물병이 있어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고는 방으로 올라 갔다.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잠시 TV를 보고는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을 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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