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호후를 출발하며 조금 걱정을 하게 된다.
태어나 처음 와본 곳인데 별 탈 없이 무사히 호텔까지 갈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서 였다.
일단 호후에서 고쿠라까지 국도를 출력한 종이지도를 가지고 있어서 혹시 길을 찾지 못할 경우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기로 했다.
걱정스러운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무더운 날씨였다.
아주 맑은 날씨에 내려 쬐는 햇볕은 나를 빨리 지치게 할 것 같았다.
해가 중천에 떠있어 그늘을 찾기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처음 출발하여 지도에서 본 다리가 나오기를 바라며 달렸다.
다리가 나오기까지는 차도와 인도를 왔다 갔다 하며 달렸다.
그리고 얼마후 기다리던 다리가 보인다.
이제 본격적인 자전거여행임을 느끼며 2번 국도를 열심히 달린다.
2번국도만 잘 따라가면 지도를 보지 않고서도 호텔까지는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페달에 달린 발걸이가 왠지 어색하다.
또한 한쪽은 걸수 있는데 양쪽은 다 걸어서 페달링을 하자니 잘 안된다.
한쪽 발걸이가 밑쪽으로 향해 있으니 간간이 땅에 닿으며 소리가 난다.
이 부분은 집까지 오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다.
대략 30분이 채 안되는 시간 벌써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가던길을 멈추고 매장에서 받았던 녹차음료를 마셨다.
수건으로 감싸 가방에 넣었기 때문에 조금은 시원했다.
작은 통에 반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 마시고 말았다.
이제 물은 없다.
가까운 곳에 물을 파는 곳이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사실 국도변에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차들만 다니는 그런 곳이었다.
다행히 10여분 정도를 달리다 편의점을 하나 발견한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는 안으로 들어가 큰 생수를 하나 구입한다.
용량이 무려 2리터나 된다.
일단 자전거로 와서는 보냉병에 각각 한가득 채우고 조금은 마시고 남은 병은 수건으로 다시 싸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채 2-3분쯤 달리니 보니 이정표가 보였다.
키타큐슈까지 80km가 남았단다.
보기만해도 힘들어진다.
찌는 더위에 그늘은 전혀 없고 옆으로는 차들만 쌩쌩 달린다.
하지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생각에 안도감은 가질 수 있었다.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어서 음악도 없이 그냥 심심하게 달리기만 했다.
또 패니어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방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방은 점점 부담스러워 진다.
핸들바가방에 조금 짐을 나누어 넣었고 삼각대와 아부스 자물쇠를 뒷 짐받이에 묶어서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사실 이번 일본 자전거여행을 오기전 한국에서 대략 3개월정도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매장을 출발할 때 페달링이나 제대로 할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자전거를 손에 넣어 기분이 좋아서 였는지 거뜬히 잘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시간에 지나면서 엉덩이가 아파왔다.
미처 패드가 달린 바지나 속옷은 준비하지 못했었다.
나중에 이 부분은 아주 치명적인 고통으로 나를 괴롭히게 된다.
그렇게 출발한지 대략 1시간 15분정도가 흐른 후 기어를 변속하는 과정에서 체인이 빠지고 만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마디로 어처구기가 없었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서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일단 내려서 잠시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자전거를 옮기려고 뒤로 후진하는 사이 다행스럽게 체인이 다시 기어에 걸리게 되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멀티툴은 구입했지만 미처 면장갑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때가 되어서야 알수 있었다.
출발전 직원에서 들었던 기어변속방법과 기어비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는 달리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도로 옆으로 난 길로 달리지만 대부분의 길은 2번 국도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길로 달렸다.
중간 중간 나들목이 있었지만 그리로는 사람이나 자전거는 진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참 자전거 타기 좋은 나라이구나 하며 여행을 했다.
계속여행을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2시가 훨씬 넘어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미 배는 밥을 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길을 달리다 식당이라도 나오면 점심을 먹자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거의 우리의 시골처럼 인적이 드물어 식당이라고는 도통 나올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침 그늘도 보이고 하여 자전거를 멈추고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간식을 꺼내어 먹으며 휴식을 가졌다.
그늘이었지만 땅은 아직까지 뜨거웠다.
그늘이 생긴지는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다.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시고는 온도를 측정해보니 35도를 가리킨다.
사실 조금전 손목에 있을때는 체온 때문에 37도가 넘게 나왔었다.
그렇게 농촌 들녘을 구경하며 잠시 휴식은 가지고는 다시 갈길 바쁜 길을 나서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아주 넣은 길이었고 노면상태도 아주 좋았다.
출발하자 바로 오르막이었고 그길을 지나자 마자 지금까지와는 틀리게 길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그리고는 가면 갈수록 길 상태는 좋지 못했다.
심지어는 길이 없이 차도 끝 아주 좁은 갓길로 겨우 차를 피해 지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종종 길이 없어지고는 반대편 길쪽에 다시 보이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차가 없는 틈을 이용해 건너편으로 건너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몸은 지쳐갔고 엉덩이는 아파왔으면 무엇보다도 허기져서 점점 속도는 느려지고 있었다.
언제쯤 식당이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호후에서 출발 한후 편의점 한 곳을 보고는 편의점도 볼 수 없었다.
오후 4시 드디어 식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또 다시 언제 식당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식사를 해야했다.
밖에서 보기에는 한국의 기사식당처럼 보인다.
식당으로 들어가기전 자전거를 안전하게 잠궈야 한다.
그다지 사람의 왕래가 없는 곳이었지만 혹시라도 여기서 자전거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일 것이다.
아부스 자물쇠를 구입하여 최초로 사용하는 순간이었다.
일단 기둥을 하나 찾아 걸어두기로 한다.
조금 긴 자물쇠를 사긴 했지만 그리 길단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식당앞 기둥에 아주 가까이 자전거를 세워서 연결을 하였다.
자물쇠가 굵고 무거워서 뒷바퀴에 조심스럽게 끼웠다.
그리고 열쇠를 돌려 잠그고는 열쇠를 뺐다.
철티비에 사용중인 자물쇠는 그냥 끼우기만 하면 잠기는데 이건 항상 열쇠를 돌려서 잠근후 빼야한다.
굵고 무거운 대신 확실히 안전하니 맘 놓고 다른 일은 할 수 있어 마음은 편했다.
그리고는 핸들바 가방과 GPS를 빼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두어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고 아주머니 한분이 서 계신다.
일단 자리로 가서는 짐들을 내려놓고 주문을 했다.
다행히 앞쪽으로 음식들이 보여서 그 것중 하나를 주문했다.
“고래 구다시이“ 이렇게 말하자 아주머니가 무어라 말씀하신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다시 “나는 한국사람입니다“라고 말을 했다.
계속 무슨 말을 하셨지만 도통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나를 옆쪽으로 안내해서는 밥 종류를 보여 주신다.
밥의 양이 다른 3가지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그중 가장 작은 것으로 주문을 한다.
바로 계산을 하고나서 화장실로 가서 땀에 흠벅 젖은 얼굴과 벌겋게 달아 올라 있는 팔을 씼었다.
그러고 나니 한결 기분이 개운하다.
아주머니가 녹차 한잔과 얼음물 한잔을 갔다 주신다.
얼음물을 한번에 마시고는 두리번 거리니 얼음물 정수기 같은 것이 보인다.
직접가서 두잔을 더 마시고는 한잔을 더 받아온다.
잠시후 음식이 나왔다.
최대한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가졌다.
그러면서 여러번 얼음물을 가셔다 마셨다.
식사를 다 하고서는 아주머니에게 지도를 몇 장 보여드리고는 여기가 어디인지 물어 보았다.
잠시 지도를 들여다 보시보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의 예상보다는 조금 덜 온 것을 알았다.
아직도 가야할 거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한 10분 더 휴식을 취한 뒤 짐을 챙겨 밖으로 나오며 인사를 한다.
아주머니 웃으며 인사를 하신다.
자물쇠를 풀어서 뒤쪽 삼각대에 묶고 앞가방을 연결하고는 출발을 했다.
한 100미터 갔을까 발목밴드가 보이지 않아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그러자 왼쪽 주머니가 찐득한 것이 아닌가.
오늘 아침 배를 나오기전 방을 함께 썼던 일행에게서 받은 작은 초콜릿들이 더운 열기에 녹아 있었던 것이다.
지금껏 초콜릿을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방에서 화장지를 꺼내어 손을 딱고는 다시 식당으로 갔다.
식당앞 땅에는 밴드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식당에서 짐을 다 챙겨 나왔는데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하며 핸들바 가방도 찾아 보았지만 없다.
다시 나머지 주머니에 손을 넣자 뒷 주머니에서 발목밴드가 발견되었다.
발목에 연결하고는 다시 출발을 한다.
길은 점점 상태가 나빠졌다.
인도가 없어지는 곳이 많이 나타났으며 인도가 있더라도 꼭 한쪽으로만 있었다.
그래서 1km를 달리고는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 갔다 다시 넘어 왔다를 반복하며 진행을 해야 했다.
지금껏 오르막이 나와도 한번도 내리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왔지만 이제는 엉덩이가 아파와서 그러지도 못할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가방에 있던 수건을 꺼내어 엉덩이에 깔고 앉았다.
확실히 조금은 편안해졌다.
하지만 아픔이 가시지는 않았다.
그렇게 언덕이 나오거나 너무 좁은 갓길이 나와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면 끌바를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또 다시 길이 끊겨 반대편 차선으로 건넜을 때 안장에 있던 수건이 보이지 않았다.
뒤를 돌아 왔던 길을 자세혀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좀 긴 언덕이라 계속 끌바를 했었는데 이미 날려가고 사라진 후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계속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십번 차선을 왔다 갔다 하며 앞으로 계속 진행을 했다.
때때로 짜증이 나기도 하였다.
길을 왜 이렇게 만들어 놓았느냐 하며 말이다.
출발이후 35-40km사이 구간에서는 크랭크쪽에서 소리가 나기도 하였으나 그 이후론 소리가 나지 않았다.
또한 보냉물병에 물이 있던 없던 물통케이지에 부딪치며 계속 소리가 났다.
물통주머니를 가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일본이라고 자전거가 차 옆으로 지나간다고 봐주는 일이 없었다.
인도가 없이 아주 좁은 갓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면 아주 큰 트럭들이 옆으로 바짝 붙어서 달리곤 하였다.
너무 위협을 느낄때면 내려서 끌바로 그 구간은 통과를 하곤 했다.
물론 모든 차들이 그렇게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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