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을 얼마 자지도 못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걱정이 되기도 하고 화도 났다.
여행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일은 하지 말고 다니자.
어딜가든 어글리 코리언들이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잠을 청하기는 힘들 것 같아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 났다.
다른 사람들도 한 명씩 일어나기 시작한다.
대충 옷을 갈아 입고는 해돋이를 보기로 했다.
마침 GPS로 해 뜨는 시간을 확인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카메라를 준비하여 밖으로 나갔다.
해 뜨는 쪽에 산이 가리고 있어서 예상보다는 늦게 떳지만 거의 2년 만에 배 위에서 해돋이를 다시 보았다.
이제 식사를 하고 씻고 입국준비를 하면 된다.
부산을 떠나면서 컵라면 2개, 김밥, 그리고 빵을 준비했었다.
아무래도 김밥을 아침까지 둔다면 먹기 힘들어 질것 같아 빵으로 준비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로비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식사하는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층 식당에서 식사를 했으리라 짐작되었다.
식사를 마친후 목욕탕으로 향했다.
여기도 사람이 없기는 마찮가지 였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씻고 방으로 와서는 입국신고서를 쓰고 가방을 정리한다.
7시가 넘은 시간 밖에는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입국 예상시간은 8시 였고 내가 타야할 기차는 10시가 되어야 오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7시 30분이 넘자 방을 같이 쓰던 일행들이 방을 나갈 준비를 했다.
그래서 나도 같이 나간다.
그런데 내릴려고 줄을 서 있을 때 우리방에서 유일하게 여자분이었던 아주머니가 다른 분이 부탁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산 김을 아주 좋아하다는 얘기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배에 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유독 김이 많이 보였다.
그 분이 부탁 받은 물건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냥 종이상자에 포장이 되어 있어서 안을 볼 수가 없다.
내가 요즘 남이 부탁하는 물건은 조심해야 된다고 했고 아주머니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해 주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고 물건을 보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그 할머니는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약간 서로의 의견 차이가 있었으나 할머니의 우격다짐으로 결국 대신 물건을 가지고 입국하기로 하고 별 탈 없이 입국장을 통과 했었다.
얼마전 뉴스를 보고 안 사실이지만 대만에서 한국인이 돈 몇 푼을 받고 대신 물건을 가지고 입국하다 체포되어 징역 15년과 12년을 선고 받은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 물건들은 마약이었던 것이다.
여행자들에게 충고 한마디한다.
작은 실수로 큰 화를 당할 수 있으니 여행중에서는 항상 조심하도록 하자.
한 20여분을 기다리니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예전 간사이 여행 때와는 틀리게 자유여행 손님들을 먼저 내리게 한다.
그래서 문이 열리고 곧 나갈 수가 있었다.
시모노세키국제여객터미널은 오사카와는 틀리게 배에서 바로 입국장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앞에 사람이 없어 10분 남짓 만에 우리 일행은 입국장을 통과한다.
부산 출국때와는 틀리게 여권 검사를 먼저 한 뒤 짐검사를 했다.
이 것은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같은 절차이다.
입국은 여권(비자)심사후 짐검사, 출국은 짐검사후 여권(비자)심사.
짐검사는 별 것 없었다.
처음 일본말로 하더니 못 알아들으니 서툰 한국말로 “담배나 술 있어요“하고 물었다.
없다고 하니 바로 통과.
입국장을 나오니 시모노세키지역의 여행을 도와주는 인포메이션 부스가 하나 보였다.
한국말을 아주 잘 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분인것 같았다.
거기서 나에게는 없던 안내책자를 받고서는 내가 가야할 곳을 물어보았으나 처음 듣는 사람처럼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갈 지역이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사실 한국에서 호후(防府)를 검색해 보니 거의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그리고 일본을 여행하실분들이 있다면 이 곳을 한번 방문해 보기 바란다.
http://www.welcometojapan.or.kr/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JNTO)라는 곳이다.
2005년 일본여행을 준비하며 일본 전국의 안내책자와 관련 자료를 받았던 곳이다.
거기에 관한 글은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JNTO)를 활용하자.’편에 상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 하기바란다.
우리 일행은 1층으로 내려가 대신 가지고 입국심사를 받았던 물건을 돌려주고는 시모노세키역쪽으로 출발한다.
여기서 잠깐.
시모노세키국제여객터미널은 이용할 일이 생긴다면 1층으로 내려오지 말고 2층에 육교처럼 연결된 길이 있다.
그 곳을 이용하기를 바란다.
신호등을 건널필요 없이 직통으로 역이나 버스터미널까지 갈 수가 있다.
더욱이 주변 경치가 훨씬 잘 보인다.
우리는 대략 10여분을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길 거리에는 사람이고 차고 간에 너무 조용하다.
하여튼 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거기서 두 사람은 후쿠오카로 버스를 타고 출발했고, 부부 두분은 가라토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나는 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부 두분은 매년 일본을 한 차례 여행하시기 때문에 넉넉하게 여행 일정을 잡고 있었다.
부산을 출발하기전 시모노세키에서 호후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 보았으나 기차 한 가지 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직통 열차시각을 확인하니 09:59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었다.
자전거를 판매할 곳에도 그렇게 메일을 보내 놓은 상태였다.
일단 표부터 확보한 다음 다른 것을 하기로 했다.
보통 일본은 지하철이든 기차든 자동판매기로 표를 판매한다.
그래서 자동판매기에서 호후 버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후가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다시 한번 보았으나 역시 없다.
분명 판매기 위 노선도에는 호후가 나와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다음날 찍은 사진임
“쓰미마셍“하고는 노선도의 호후를 가르켰다.
아주머니도 버튼을 찾더니 보이지 않자 역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간다.
그 곳에서 역무원에게 설명을 하시고는 곧 나가신다.
정신이 없어 감사의 인사도 못했다.
바로 역무원이 뭐라 뭐라 물어 보았기 때문이다.
호후라고 말했고 역무원은 편도인지 왕복인지 물어 보았다.
편도라고 얘기를 하고는 차표 요금을 지불한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보았던 요금과 일치했다.
그렇게 해서 사무실을 나와서는 기차를 타려고 하니 시간과 트랙 번호가 없다.
다시 들어가서 물어보니 9번 트랙에서 9시라고 얘기를 해 준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쓰“라고 얘기하고는 승차장으로 갔다.
사실 예상 시간보다 빨랐고 거의 시간이 다 되어 바로 승차장으로 가게 되었다.
지하철 입구처럼 되어 있는 곳에 표를 넣고 들어가 계단을 올라갔다.
물론 9번이라고 쓰여진 곳을 보고 말이다.
올라가서 몇 분 지나지 않으니 열차가 한 대 들어온다.
대략 8시 45분 정도였다.
이 열차가 맞겠지 싶어 일단 탔다.
역시나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짐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9시가 거의 다가오자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나는 제일 앞쪽 객차를 탔고 바로 앞에 운전석이 있었다.
마침 승무원이 밖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표를 들고 달려가서는 확인을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겼다.
분명 직통이 09:59 출발이었는데 이 기차는 어디까지 가는지가 의문이었다.
승무원이 맞다고 했으니 일단 가서 보자는 심정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니 정확히 9시가 되자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한다.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열차가 진행하며 방향이 바뀌자 햇볕이 왔다 갔다 했다.
그늘막을 내리니 밖의 경치가 보이지 않아 내리지 않았다.
나는 이미 스포츠글라스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기온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확실히 한국보다는 기온이 높다.
아직도 일본은 여름처럼 느껴졌다.
귀에서 잠시 이어폰을 뺐다.
역을 정차하기전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싶어 미리 준비했던 시모노세키에서 호후까지의 지도를 보니 역 이름이 나와 있었다.
다행히 한문이 아니고 히라가나로 표기되어 있었다.
역을 지날 때 마다 비교해 보았다.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 와중에 객차내 소리를 들어보니 조금 시끄럽다.
한국의 지하철처럼 서로들 대화를 하며 내는 소리였다.
누가 일본은 남에게 피해를 안 준다고 했던가.
일본을 두 번 여행해 보며 느낀 것이지만 일본도 한국처럼 사람사는 곳이라 우리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한국보다는 좀 덜 하지만 말이다.
창밖을 내다보며 음악을 계속 들었다.
우리내 시골 풍경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종착역이 다가올수록 다시 마음이 불안해진다.
머릿속은 온통 어딘가에서 갈아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때 마침 역무원이 근처를 지나갔다.
역무원을 잡고서는 표와 지도를 보여주며 말을 하니 갈아타라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갈아탈 역의 시간표와 트랙번호를 보여준다.
다행이었다.
그 때가 갈아탈 역에서 3정거장 전 역을 막 지난 때였다.
하지만 이 열차의 종점역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그 곳에서 모두 내려야 했다.
그 역에 도착하자 가방을 들고 내려 바로 옆 트랙에서 기다리니 곧 열차가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니 자리가 별로 없다.
빈 자리가 보여서 거기에 앉았다.
곧 내려야해서 가방을 내려 놓지는 않았다.
바로 옆 자리에서 좀 시끄럽게 얘기를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중국인 부부였다.
대략 50대로 보였다.
여자가 신발을 벗은채 두발을 마주 보고 있는 의자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러면서 계속 시끄럽게 떠든다.
결코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국사람들은 어딜가나 시끄럽군.
거기다가 이사람들은 예의까지 없구만.
객차내에는 서 있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 열차는 조금전에 탔던 기차보다 조용했다.
그렇게 기차를 갈아타고 3정거장을 더 가서 나는 내렸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1차 목적지인 호후(防府)역에 도착했던 것이다.
시모노세키에서 호후까지 기차의 운행시간 및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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