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가 조금 안된 시각 나는 잠에서 깼다.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 이정도 시간에 일어나야 했다.
항상 하듯이 먼저 아침을 먹는다.
밥은 보온밥통에 있었고 국은 남은 달걀 3개를 넣고 데웠다.
그리고 김치와 참치캔을 준비하여 역시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한 후 샤워를 한다.
어제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할 때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를 닦으며 뜨거운 물을 틀어놓았다.
하지만 역시나 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났다.
성산일출봉에 와서 일박을 하면 뻔히 일출을 보러갈 것인데 새벽에 뜨거운 물도 안 틀어주다니.
하지만 아직 새벽 5시 30분도 되지 않았다.
전화를 해서 사람을 깨우기는 싫었다.
하는 수 없이 찬물에 간단히 몸을 씻었다.
그리고는 등산복을 챙겨 입고는 일출봉으로 갈 준비를 마친다.
6시가 조금 지난 시각 나는 숙소를 출발한다.
숙소를 나오니 밖은 여전히 어둡다.
이미 이 동네 길은 훤하니 일출봉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파출소, 세탁소, 편의점을 지나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일출봉 매표소가 보이는 입구가 나왔다.
매표소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출시간은 나와 있지 않았다.
직원에게 2,000원을 건네고는 표 한 장을 받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새벽이라 어두웠지만 길이 있는 계단 옆으로 전등이 설치되어 있어 오르기에 전혀 불편함은 없었다.
불빛이 운치가 있게 보였다.
매표소를 지나 완만한 지역을 통과해 올라가다보면 경사가 조금 가팔라진다.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다 잠시 쉬었다 다시 오르곤 하였다.
하지만 나는 오르막에는 이골이 나있는 사람이라 이정도는 거뜬했다.
쉬지 않고 계속 오르자 얼마 후 정상이 나타났다.
숙소를 출발해 정상까지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일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계속 늘어갔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 보았다.
나는 일출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계속 서 있었다.
일출이 다가오자 대략 300여명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였다.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그렇듯 이해 못 할 사람들이 보였다.
일출봉 정상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일출을 보러 왔는데 일출을 보기 전부터 좋지 않은 냄새를 맡고 있었다.
몹시 기분이 나빴다,
관광지에서 금연은 당연한 행동이다.
같이 온 일행은 그들을 제지하지 않고 그냥 지켜볼 뿐이었다.
담배는 두 사람이 폈고 한 사람은 2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GPS를 보니 오늘은 해와 달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가 뜨기 전에 볼거리가 하나 생겼다.
토끼가 뛰어다닌다.
뛰어 다니다 사람들이 보이자 바위틈사이에 누워 죽은 척을 한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웃었다.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저 멀리 바다 끝에 희미하게 태양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시각은 6시 45분 이었다.
그리고는 점점 더 하늘위로 고개를 내민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밝게 빛나는 해를 볼 수 있었다.
일출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7시가 되자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불과 일출이 시작된지 15분도 되지 않았는데 조금은 성급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준 덕분에 사진 찍기는 더욱 편했다.
일출사진을 찍고 주변사진도 찍었다.
여전히 달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토끼는 많은 사람들을 봐서인지 사람들이 주는 풀을 과감히 받아먹고 있었다.
토끼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섭지코지도 보인다.
이제 사람들은 현격하게 줄어 있었다.
하지만 일출이 지나고도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내려갈 준비를 하며 사진을 계속 찍었다.
정상에 올라 한 시간 남짓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는 숙소로 다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도 여전히 사진을 계속 찍었다.
삼각대를 세우고는 혼자 인물사진을 찍었다.
가파르게 올라온 길도 날이 밝아오자 선명하게 보인다.
저 멀리 우도도 보인다.
내려갈 때는 올라온 길과 조금 다른 해안가를 따라 걸어갔다.
내려오는 길에도 달은 여전히 하늘에 떠있었다.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 우도가 더욱 잘 보인다.
그리고는 어제 석양을 찍었던 그 언덕으로 내려와 주차장으로 빠져 나왔다.
이제 숙소를 가기 전 세탁소를 들러야 했다.
장갑을 찾으러 말이다.
세탁소에 도착해 장갑을 달라고 하니 잘 모른다고 한다.
장갑은 책상위에 있었고 어제 있던 사람이 전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설명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후 장갑은 전처럼 멀쩡해졌다.
비용을 물으니 1,000원만 달라고 한다.
2,000원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장갑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는 집에서 가지고 온 카푸치노 한잔을 준비해 마셨다.
성산일출봉으로 가지 전 먹었던 그릇들을 설거지 하고는 방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는 다음 여행지를 향해 출발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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