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4주간의 여행이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당시 20여일 정도를 예상했지만 비와 함께 서울에서 머문 시간이 늘어나 다소 일정이 길어졌다.
여행을 마치고 나니 여행이라기 보다는 마냥 자전거를 타고 달린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이번은 연습 삼아 달려보고 조금 더 긴 일정으로 전국을 여행해 보고 싶었다.
50kg에 육박하는 짐도 문제였지만 우리나라의 국도 사정은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4번에 걸쳐 모두 18개의 바퀴살 즉 스포크가 부려졌다.
매번 나를 긴장시켰고 가까스로 수리를 하여 다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기술적 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미쳐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라 매번 자전거수리점을 찾아다녔다.
강원도를 지나며 손바닥이 저려왔고 서해안을 따라 내려오며 손가락의 마디에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 증상은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지 4일이 지난 현재도 변함이 없다.
하루 7-8시간씩 손잡이를 계속해서 잡고 있다 보니 찾아오는 하나의 직업병 같은 증상으로 생각된다.
그로 인해 남해안은 해안가를 따라 달리지 않고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내륙을 관통해 일정을 조금 앞당겼다.
그러지 않고서는 고통으로 인해 여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날 최악의 일들이 연이어 터지는 바람에 27일간의 그나마 즐거웠던 시간들을 모두 덮어버리고 말았다.
자전거여행 자체에 대한 환멸까지 느끼게 하고 만다.
자전거가 갑자기 싫어졌다.
그리고 나의 자전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절반이상의 부품이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
그 끔찍했던 마지막 날의 여운을 없애기 위해 2008년 남은 기간 동안은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다.
나름 그 원인들을 분석해 보려 계속해 생각을 해보고 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여행이었다.
인생에 있어서도 그렇고 자전거에 관해서도 그렇다.
자전거가 싫어졌지만 언젠가는 망가진 자전거를 수리하기 위해 다시 부품을 구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길지도 않은 하지만 짧지도 않았던 2,800km가 조금 넘는 자전거여행은 나에게 기쁨보다는 고통을 더 많이 주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것 자체도 싫었지만 언젠가는 써야겠기에 여행의 종결을 알리기 위해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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