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벌써 오후 3시가 넘었다.
일본 관광지는 겨울철 대부분 오후 5시를 전후해서 문을 닫는다.
도후쿠지를 돌아다니는 동안 갑자기 배가 아프다.
화장실을 찾아야 했다.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여행안내소에서 받는 지도에 보니 화장실이 이 근처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나라국립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려 가다보니 화장실이 보였다.
볼일을 보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몇일동안 잠이 부족했고 삼각대 및 각종자료들로 가득찬 무거운 가방을 메고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벌써지치고 있었다.
사실 지도를 보면서 측정한 거리로는 걸아다니는 것을 우습게 생각했다.
평소 매일 마루와 5Km정도의 길을 뛰고 걷고 하기에 걸어다니는데는 정말 자신이 있었다.
대단한 착각이란것을 몸소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혹 나라를 가실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버스 이용을 권장한다.
간사이 쓰루 패스가 있다면 더더욱... 무료이니까.
나라박물관 근처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정문에서만 사진 한 장.
이제 도다이지를 가기위해 난따이몬(南大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걸어가다 보니 나라박물관이 하나가 더 있는 것이 아닌가.
여행을 갔다와서 안 사실이지만 JNTO에서 받은 지도에는 본관과 신관이 있다고 분명이 나와있다. ^^
먼저 본것이 본관이고 도다이지를 가면서 본것이 신관으로 추측된다.
하여튼 계속 걸었다.
박물관 신관을 지나자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사거리가 나왔다.
여기서 약간의 고민을 했다.
도다이지(왼쪽)로 갈것이냐 아니면 가스가따이샤(오른쪽)로 갈것이냐.
시간은 이미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한쪽은 포기해야할 시간이다.
나라에 가면 도다이지는 봐야한다는 생각에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호등을 건너 들어서니 역시나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서양인들까지 정말 많았다.
거기다가 사슴들까지...
입구에는 기념품가게들이 쭉 붙어있다.
2002년판 일본 100배 즐기기 P419에 사진이 나와있다.
난 일본을 가기전 그사진이 긴테츠나라역에서 찍은 사진인줄 알고 있었다.
조금 들어가니 난따이몬이 나왔다.
그리고 안쪽에 보이는 도다이지.
난따이몬에서 바라보이는 정문 왼쪽으로 가야 입구가 나온다.
입장료 500엔.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지출하는 입장료이다.
입장티켓을 받는 아저씨에게 표를 주면서 한말이 쓰미마생이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를 할려다 그만... ^^;;
다이부쯔덴 내부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삼각대는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조리개를 최대개방하고서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고 찍었다.
손각대로 1/2초까지는 흔들리지 않고 찍을 수 있었지만 개중 몇몇 사진은 흔들렸다.
한바퀴를 돌아나오는 곳에 1년의 불운을 막아준다는 구멍이 보였다.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통과.
계속사진을 찍고 나왔다.
출구로 가기위해 다이부쯔덴를 나오자 한 무리의 일본인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도다이지정문의 문은 이미 닫혀있었다.
이때의 시간이 오후 4시 30분 이었다.
아까 들어왔던 반대방향에 출구가 있었다.
출구로 나가는 길에는 기념품을 파는 곳들이 있다.
다이부쯔덴 출구에도 역시나 기념품가게가 몇몇 있었다.
출구를 빠져나와 다시 약간의 고민을 했다.
가스가따이샤를 갈것인가, 말것인가.
하지만 여행안내소에서 받은 자료를 보니 폐장시간은 16시로 나와 있었다.
더 이상 미련없이 걸음을 계속 걸었다.
출구 바로 옆에 도리이가 하나 보인다.
일단 도리이를 지나 길을 따라 올라간다.
꽤 높은 길이다. 평상시 같으면 날아다니는 길인데.
예상하건데 니가쯔도와 산가쯔도로 가는 길인것 같다.
가는 길에 3명의 부녀를 목격한다.
하는 말을 들어보니 스페인어 비슷하다.
니가쯔도에 올라 여러장의 사진을 찍고 철수한다.
내려오는 길에 가로등이 보인다.
단풍이 든 나무옆에 가로등, 좁은 길. 무척이나 운치가 있다.
이제 오사카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심심의 피로가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나라관광을 마치고 난바역 근처 쿠로몬시장을 시작으로 신사이바시까지 볼 계획이었으나 바닥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냥 호텔로 갈 계획이다.
도다이지를 지나 긴테츠나라역까지 다시 걸었다. 너무 힘들다.
긴테츠나라역에서 쾌속급행을 타고 긴테츠난바역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이 거의 40분이 걸렸다.
시간이 다 제각각인것 같다.
지금껏 오사까 중심부롤 수차례 다녔지만 아직 밖을 본 적이 없다.
우메다에서 한신전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체크인을 하며 프론트옆을 보니 나 말고는 일행중에 체크인 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호텔에 처음와서 맡겨놓은 가방들이 그대로 있다.
침대위에 누웠다.
밤9시 오사카에 산다는 J여동 회원과의 약속된 시간까지는 두어시간이 남았다.
급한것은 충전지 문제였다.
깜냥충전기를 꺼내 충전을 시도해 보았으나 배에서와 마찬가지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답터에는 110/220V 겸용이라고 되어 있었으나 플러그부분에 220만 된단다.
갑자기 침울해 진다.
계속해서 1회용 건전지를 사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4.6 호텔이야기로 예정되어 있는 편에서 문제의 아답터사진 및 일본여행중 사용한 밧데리사진을 공개하겠다.
어느정도 휴식을 취하고 샤워를 했다.
짐을 최소화하기위해 지갑과 안내책자 두 개만을 가지고 약속장소인 우메다로 간다.
일본여행중 최고의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던 J여동 회원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전 현지에서 맥주한잔정도를 하기위해 카페에 글들을 읽어 보았다.
마침 현지에 산다는 사람이 있어 메일을 주고 받고 출발일정이 확정되어 메일을 다시 보냈다.
나이도 동갑이었다.
여러 가지 조건이 비슷하여 한잔하기에는 안성맞춤인것 같았다.
그러나 약속시간이 1시간20분이 지난 다음에야 만날 수 있었고, 나와 생각하는 시각이 너무나 달랐다.
일본에 3년여를 산사람이라고 하기에는 현지사정에 너무 어두웠고 일본말도 서툴렀다.
10년의 결혼생활을 한 가장이라고 하기에는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비상식적이었으며 불쾌했다.
이정도의 나이면 자기가 한 말에는 책임을 질수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렇질 못했다.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 1차를 거의 나에게 떠넘기다시피 하면서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2차를 자기가 살테니 가자고 한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가 여기가 아니라고 말도 해주었다.
내가 알고온 바에 의하면 한신아마가사키행 마지막 전차는 12시 30분 정도까지 있다고 했다.
그 넓은 우메다에 아는 술집하나 없어 내가 가지고 간 책자를 보고 찾다 찾다 겨우 찾아가니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어 그냥 헤어지자고 했다.
시간은 12시 20분정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넓은 우메다에서 그 것도 밤거리에 혼자가 되었다.
어디가 어딘지를 알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까 지나왔던 길임을 알고 지하철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우메다지하도는 중간중간에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이리찾고 저리찾고 지하로 내려갔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하다 겨우 한신우메다역까지 갈수 있었고, 아마가사키행 막차를 탈 수가 있었다.
지금 한국으로 돌아온 후 사과메일은 커녕 안부메일 한 통 보내지 않는 사람이더라.
다른 분들을 위해 닉네임도 공개할 수 있으나 공개한들 바꾸면 그만이고 그럴 생각도 없다.
다른 분들에게 충고한다.
일본에서 사람을 만날때는 무조건 한국사람이라고 만나지 말고 잘 따져보고 만나라고 얘기하고 싶다.
나처럼 기분나쁜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하여튼 호텔로 다시 왔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 다른 일행의 방으로 전화를 해 보았다.
혼자 다니는 것이 너무 외로워서이다.
전화를 안 받는다.
몇몇 일행의 방번호는 몰랐다.
프론트에 가서 물어본다.
남자일행의 방으로 가서 노크를 한다.
한사람은 안자고 있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맥주 한잔 하자는 것이다.
그시간 다시 편의점으로 가서 우리는 맥주 3캔과 안주 하나를 사서 마시며 얘기하고 3시가 넘은 시간 잠자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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