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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세상/마루이야기

마루이야기

이 글은 2006.10.24 18:49 모카페에 올린 글임을 밝힙니다.



얼마전 마루와 처음으로 산을 오른적이 있습니다.

그때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글로 남겨볼까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하단입니다.

집 바로 옆에 승학산이란 꽤 유명한 산이 있습니다.

가을이면 억새로 유명한 곳입니다.

초등학교시절 소풍도 갔었고, 친구들과 산에 오른적도 많았고, 중학교때 가족&친척들과 야유회를 간 기억도 나는군요.

고등학교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간 적도 있군요.

군 제대 이후론 승학산을 가본 기억이 별로 나지 않네요.


평소 마루와 산책을 자주 못 했던 이유 때문에 미안한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던중 어느날 갑자기 마루를 데리고 산으로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루랑은 주로 저녁 무렵 하구뚝근처 강변을 산책하고 있지요.

저녁때 산책을 나가면 길을 가던 사람들이 마루가 너무 큰 관계로 소리도 지르고 가던길을 멈추거나 둘러가는 일들이 많습니다.

예전 뉴스에서 개에게 물려서 죽거나 다친사람 얘기가 한창 나올 때는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그래서 처음에 그러려니 했는데 계속 그런 모습들을 보니 화가 나더군요.

생김새만 보고는 지레 겁을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너무 눈으로 보이는 것 만으로 판단을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말라뮤트는 정말 온순한 개입니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베리안 허스키와 알라스칸 말라뮤트가 썰매를 끄는 이유중에 하나가 며칠씩 굶고 먹지 못하더라도 주인에게 덤벼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던 차에 생각났던 것이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 가보자 였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산행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승학산을 등산하는 코스는 아주 다양합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길이 있어 올라가다 중간에 사람도 올라가기 힘든 암벽 급경사가 있어 다시 내려 왔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동아대옆쪽 길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 길은 마루가 약 4개월가량 되었을 때 한번 시도해 보았으나 너무 어린 관계로 올라가지 못했던 길입니다.

대략 3시경 산을 오르기 시작하여 정상까지는 가지 못하고 약수터와 운동시설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물 한잔씩 하고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며칠후 다시 산으로 갔지요.

이번에는 정상까지 갈 생각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승학산 정상은 가본 기억이 없군요.

무수히 많이 승학산을 갔었지만 예전에는 정상과 거리가 먼 길을 이용하여 정상까지 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마루와 저는 열심히 산을 올라 갔습니다.

산행을 하시는 분들은 그다지 마루를 보고 놀라시지 않더군요.

산을 오르다 정상쪽 방향에서 약간 벗어난 약수터에 들렀다 다시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약수터를 지난 시점부터 정상까지는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동아대코스가 정상까지 거리는 가까운 대신 경사가 무척 심하더군요.

거기다가 암벽길까지 곳곳에 산재해 있더군요.

그러나 마루는 무사히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다른 분들도 산행을 하시며 마루가 이런 길을 올라 온것을 보고는 놀라는 표정이더군요.

중간쯤에서 약수를 마시긴 했지만 마루는 계속 헐떡 거리더군요.

사실 말라뮤트는 아주 추운 지방에서 사는 놈인데, 이렇게 더운 곳에서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조금만 뛰어도 헐떡거립니다.

더군다나 강아지는 피부호흡을 못하기 때문에 혀로 체온조절을 하지요.

일반인들이 보면 숨차서 헐떡거리는 것으로 보이지요.

마루는 겨울을 제일 좋아합니다.

옆에 계시던 분이 참다 못하여 얼음물을 녹여 제 손에 부어 주시더군요.

그제서야 거친 숨소리가 줄어 들더군요.

정상에서 핸드폰으로 몇 컷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장하다 우리마루!


20여분 정도를 쉬고 산을 내려 올려고 하니 마루가 버티기를 하는 것입니다.

겨우 달래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 보다 더 위험하더군요.

사람이라면 괜찮은 길인데 마루가 내려오니 많이 위험해 지더군요.

하지만 무사히 내려 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약수터에 들려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해 주었지요.

집에 도착하여 다리를 충분히 씻기고 딲고 집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산행을 해서 인지 몸에 먼지가 많더군요.


마루는 집 안에서 생활합니다.

예전에 집 밖에서 며칠 생활을 했었는데 털도 날리고 무엇보다 이놈이 말라뮤트라 하울링이 장난이 아닙니다.

일명 늑대우는 소리지요.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더군요.

동내에 트럭으로 무엇을 판다고 방송을 하면 울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오래 울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지가 볼일 보고 나도 울더군요.

치워달라고요.

하지만 사람이 같이 있으면 울지 않습니다.

제가 2층에 있는 관계로 하루에도 몇 번씩 울지요.

그리하여 이웃들에게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송아지도 들어간다는 개집을 비싸게 사 놓고도 쓰지 못하고 있지요.


그런데 일은 저녁에 발생했습니다.

평소 누나가 피부가 좋지 않은 마루에게 약을 뿌려 주지요.

어릴적부터 피부가 좋지않아 영양제까지 사료에 넣어 주어도 차이가 별로 없더군요.

아마 추운지방에 살아야 할 놈이 무지 더운 곳에 살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누나가 바빠서 며칠 신경을 못 쓰던차에 그날 마루 피부를 보았는데 이상한 것입니다.

온 몸에 검은 것들이 붙어 있지 않겠습니까.

떼어서 보니 살아서 움직입니다.

급하게 병원에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애견미용쪽은 다 퇴근을 한 상태였습니다.

대충이야기를 들어보니 진드기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하더군요.

내일까지 기다렸다가는 애를 잡겠다 싶어서 누나랑 저랑 털을 밀기 시작했습니다.

등치는 산만한 놈이 겁이 많습니다.

특히 소리에 겁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시동걸린 디젤엔진 차옆은 못가지요.

제가 전동바리깡으로 밀고 누나는 옆에서 잡고 있습니다.

그날따라 이놈이 가만히 있는 편이더군요.

자기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나 봅니다.

무려 5시간동안 털을 밀었습니다.

그것도 피부 때문에 5월달에 한번 민적이 있어서 털이 많이 자라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때는 10만원을 주고 병원에서 밀었습니다.

그리고 약이든 샴프로 목욕시키고 몸 말리고 하니 새벽3시.


다음날부터 열심히 병원을 다녔습니다.

3주정도 치료를 했지요.

주사도 잘 맞더군요.

지금은 다 나아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말썽꾸러기 마루.

언젠가는 추운 알라스카에 한번 데려 가보고 싶은데 그날이 올지 모르겠군요.

이제는 겁이 나서 마루랑 산에는 못 갈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살아 줬으면 합니다.

이상 마루랑 한집에서 살고 있는 마루아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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