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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세상/셈틀이야기

기계식을 접수하다

드디어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리던 기계식글자판(키보드)이 나의 손에 들어왔다.

지난해부터 알았던 모회사에서 3월 주문을 받아 세벌식 및 무각 기계식 글자판을 만든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문을 했었다.

마침 제주여행기간에 연락이 왔었고 그때 바로 사진 확인을 못했었다.

집에 없을 때 배송을 한다 하여 배송을 연기시켰었다.

그 이틀 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메일을 확인해보니 제품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무각글자판이라 제품에 각자가 원하는 이니셜을 넣어준다고 했었는데 내가 요구한 것이 잘못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니고 두 군데나 말이다.

글자도 몇 글자 되지 않는데.

마침 메일을 확인한 날이 3 29일 토요일이라 연락을 하지 못하고 이틀 후 성산일출봉을 올라갔다 온 후 바로 연락을 했었다.

전화를 받고는 확인 후 바로 연락이 왔었다.

그리고는 한 일주일 정도 시간을 요구하여 나는 충분히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소식이 없어 8-9일 후 연락을 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말을 한다.

2차 제작 주문을 받아 그때 같이 보내 줄 테니 4월말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시간을 충분히 드린다고 했지 일방적으로 연락도 없이 그렇게 결정을 하는 것이 어디 있냐고 항의를 했다.

그러자 죄송하다며 중국쪽에 연락을 해 최대한 빨리 보내주겠다고 한다.

나는 화가 나서 다시 며칠 후 메일을 보냈다.

지난해 있었던 일도 얘기하며 말이다.

지난해 있었던 일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3월쯤 약 25년 동안 사용해오던 두벌식 + 쿼티 글쇠를 포기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다른 방식으로 전환을 한다.

그것이 세벌식 최종 + 드보락 글쇠이다.

한달 정도를 사용했을 때 내가 사용하는 글쇠와 자판에 새겨져 있는 글자가 틀리다 보니 신경이 쓰였다.

너무도 오랜 기간 사용하다 바꾸어서 인지 참으로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 세벌식 최종 + 드보락이나 아예 글자가 없는 무각글자판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그 회사를 알게 되었고 문의를 하게 된다.

먼저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다시 팩스로 문의를 하였다.

하지만 또다시 답은 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항의성 글과 합께 메일로 문의를 하였다.

하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대략 1년 후 세벌식과 무각에 관한 주문을 받았던 것이다.

 

지난해 일에 대해서도 사과했고 이번 일에 대해서도 사과를 받았다.

그러면서 제안을 하나 한다.

우선 잘못 제작된 글자판을 먼저 사용하고 회사에서 제시한 날짜까지 배송을 못하면 환불을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문제가 없는 글자판을 다시 보내준다고 하였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기계식을 사용해 보고 싶어 그들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기계식 무각글자판은 나의 손에 들어왔다.

확실히 멤브레인 및 팬터그래프방식의 글자판과는 느낌이 많이 틀리다.

80년대 초반 애플을 다룰 때의 그 맛이 난다.

MSX호환기종을 사용할 땐 기계식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988 286을 구입했을 때 다시 기계식 글자판을 썼다.

그리고 1992 486은 정확히 어떤 방식의 글자판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글쇠를 바꾸지 않았다면 글자판에 관해 지금도 무관심하여 살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글자판만 7개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것도 아무 글자가 없는 무각으로 말이다.

지금도 셈틀을 사용하는 90%이상의 사람들은 나의 행동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속에도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나이가 들며 우리 것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글도 다시 보게 되었다.

가능하다면 순수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고 싶다.

또한 빨리 군사정권이 아무런 조사 없이 국가표준으로 만들어 놓은 두벌식 말고도 아주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세벌식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이번에 구입한 기계식 글자판은 체리 청축을 사용하는 제품이다.

기계식에서 청축이란 클릭제품을 말한다.

즉 글자판을 누를 때 마다 소리가 난다.

그래서 조용한 장소에서는 사용이 힘들고 남들에게 소음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누나와 같이 방을 쓰는 관계로 아무래도 낮에만 사용을 해야 할 것 같다.

밤에는 기계식이 오기 전까지 주 글자판이었던 아주 조용한 팬터그래프방식의 글자판을 써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너무도 오랜만에 기계식을 접하지만 글자를 누르는 감촉은 너무나도 마음도 든다.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덮개 일명 키스킨이 없어 먼지에 대한 방어가 힘들 것 같다.

그리고 키는 괜찮으나 글자판 자체의 칠이 투박해 먼지가 쉽게 붙는 점이 좀 그렇다.

이점은 향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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