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누나가 학교에서 음악회 표를 받아왔다.
그때는 아직 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시점이라 갈 수 있을지 알수는 없었다.
하지만 많이 호전된 상태라 갈확율이 높았다.
클래식음악회를 언제 가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이라 그럴 것이다.
하기사 요즘은 영화보러 극장가는 일도 없으니...
클래식은 어릴적부터 많이 들어왔던 터라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나와 동생이 피아노를 쳤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적 피아노 배우기를 거부했던 것이 지금와서는 많이 후회가 된다.
나이가 들며 하나쯤은 내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음악회를 앞둔 며칠전 제주를 가기전 들리려고 했던 모A/S센터를 가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러 가는 길에 있지만 그날 시간이 촉박했던 관계로 그냥 지나쳐야만 했었다.
휴대전화 옆쪽에 메모리를 넣는 곳 뚜껑이 떨어져 나가서 메모리를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누나랑 마트를 두 번 갔다왔었지만 거의 쓰러질뻔 하여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마루도 통 밖을 나가보진 못하고 있던차에 마루랑 같이 나가 허리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
마루가 현관문을 나서자 본능이 발동을 하기 시작한다.
썰매를 끌기위해 태어난 놈이라 미친듯이 달리려고 한다.
대문을 나서며 달려 보았지만 예전처럼 뛸수는 없었다.
하지만 뛰어 갈수는 있었다.
빨리 달리지는 못했기 때문에 마루를 적당히 제지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무사히 센터를 다녀와서는 마루발을 씻기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걷거나 의자에 앉는 것에 큰 지장이 없어서 음악회는 편안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누나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자마자 마루를 혼자 집에 두고 출발을 했다.
집에서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곳이라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갔다.
음악회 시작 30분 전에 도착을 하여 출입문이 열릴때까지 기다렸다 자리를 잡았다.
피아노 협주가 음악회의 테마였다.
보기 드물게 3명이 동시에 피아노를 치는 곡도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클래식음악회를 보러 간 이유도 있었지만 귀에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라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다.
중간쯤 연주했던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가 그나마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연주는 끝이 났고 우리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올때와는 달리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각이라 1시간 만에 집에 도착하여 마루가 잘 있나 보았다.
마루를 방안으로 들여 보내고 집정리를 하는 순간 사고를 치고 만다.
혼자만 두고 집을 비워 심술이 났는지 그만 이불에 실례를 해버린다.
다행히 배변판에 볼일을 많이 해둔 상태라 양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불을 세탁기로 빨고는 잠을 잘 수 있었다.
얄미운 마루 덕분에 조금 더러워서 빨아야했던 이불을 그날 빨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간 음악회.
귀에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많았지만 좋았다.
20년쯤 전에 그 곳에 간적이 있었다.
고등학교시절 학교에서 우연찮게 음악회 표를 얻어 혼자 갔었다.
지금껏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본 국악음악회였다.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그 느낌이 남아있다.
국악은 따분하고 재미 없는 것일줄 알고 있었는데 참으로 신선하고 소리도 좋았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우리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듯 하다.
그 기회가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이만 줄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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